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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엽 "4번타자인데 부진해서 너무 미안했다" 울먹
    2008 베이징 올림픽 2008. 8. 22. 17:42

    8회 말 1사 1루, 점수는 2대2 동점. 한국 야구팀으로선 경기를 앞두고 오만방자함을 숨기지 않

    았던 일본의 코를 납작하게 할 수 있는 절호의 공격 기회를 맞았다. 하지만 중계를 지켜보던 수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은 오히려 불안했다. 타석에 들어선 선수가 이승엽이었기 때문이다.



    이승엽(32·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은 이번 올림픽 기간 내내 극도로 부진했다. 직전 타석까지

    22타수 2안타, 타율 1할3푼6리. 이날 경기를 중계한 일본 TV의 아나운서는 "이승엽이 오늘 삼

    진, 병살, 삼진을 기록했다"며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투로 말했다. 심지어 한국 TV의 아나

    운서도 이날 경기에서 이승엽이 주자를 두고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아, 이승엽이네요"라며 한

    숨을 쉬기도 했다.



    이승엽이 2스트라이크 1볼로 몰리자, 사람들은 "차라리 병살타나 치지 마라"는 마음이었다. 일

    본의 세 번째 투수 이와세의 공이 홈 플레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이승엽의 방망이는 날카롭게

    돌아갔다. 이승엽의 방망이를 떠난 공은 오른쪽 외야 관중석 앞에 걸려 있던 일장기 위를 훌쩍

    지나갔다. 이승엽의 투런 홈런으로 한국은 4대2 역전에 성공했고, 불의의 일격을 당한 일본팀

    은 이후 스스로 무너졌다.



    이승엽은 이번 올림픽 기간 왼쪽 엄지손가락 부상 때문에 스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탓에 삼

    진을 당하기가 다반사였다. 이승엽은 최근 "이상하게 베이징에 와서 밸런스가 무너졌다"라며

    부진 이유를 설명했다. 일부 네티즌은 지난 경기까지 이승엽의 부진이 계속되자, "차라리 이승

    엽을 국내로 귀환시켜라"며 아우성이었다.

    하지만 이승엽은 절대 질 수 없는 일본과 경기에서 역전 홈런 한 방으로 국민타자의 위상을 되

    찾았다. 이승엽은 공이 펜스를 넘어가는 순간, 1루를 돌며 두 손을 번쩍 들며 환호했다. 그동안

    의 부진을 떨쳐냈다는 희열감의 표현이었다.



    이승엽은 경기가 끝난 뒤 가진 선수단 인터뷰에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그는 "너무 미안해서"라

    고 입을 뗀 뒤 말을 잇지 못했고, 후배 이진영에게 먼저 이야기할 것을 부탁했다. 이승엽은 "팀

    의 4번타자인데 부진해서 너무 미안했다"면서 "이 홈런 하나로 부진을 만회한 것 같아서 너무

    기쁘다"며 울먹였다.


    승엽이의 눈물



    역전 결승 홈런을 치고 덕아웃에 들어온 이승엽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하이파이브를 하는

    후배들의 얼굴이 하나씩 스쳐 지나갈때마다 감정이 복받쳤다. 그러나 울지 않았다. 참았다.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나자 맨 먼저 뛰어나간 이승엽은 기쁨에 북받쳐 눈물을 쏟는 이용규와 이대호,

    윤석민 등을 다독였다. 한없이 쏟아내는 후배들의 눈물을 지켜보던 이승엽,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설마했는데 또 극적인 홈런이다.


    ▶죽다가 살아났다. 계속 못 치니까 미칠 것 같았다. 감독님은 편하게 하라고 하시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후배들 볼 면목이 없었다. 보는 분들도 힘들었지만 직접 뛰는 나는 더 힘들었다.


    -시드니올림픽, WBC에 이어 또한번의 극적 홈런인데 어느 것이 가장 기억에 남나.


    ▶오늘이 가장 큰 의미를 갖지만 개인적으로는 WBC 때 홈런이 가장 흥분됐다.

    당시엔 관중들이 훨씬 많았기 때문인 것 같다.


    -홈런 상황은.


    ▶원래 이와세에 약했다. 볼카운트가 2-1이라서 직구만 노렸다. 슬라이더가 들어와서 삼진을

    먹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1,2루쪽으로 당겨치려고 했다. 컨디션이 좋았으면

    아마 못 쳤을 것이다. 타격감이 안좋아 한 구질만 노렸다.


    -홈런인줄 알았나.

    ▶아니다. 친 순간엔 플라이인줄 알았다. 공을 시야에서 놓쳐 우익수만 쳐다봤는데

    잡으려고 하지 않길래 그제서야 홈런인줄 알았다.


    -순간 무슨 생각을 했나.

    ▶정말 아무 생각이 안났다. 주변이 온통 하얗더라.



    -경기후에 눈물을 보였는데.

    ▶이기고 나서 우는 후배들을 보니까 울컥했다. 후배들이 너무 잘 해줬다.

    오늘 야구장에 나오기 전에 후배들에게 오늘은 형이 꼭 하나 하겠다고 말했는데

    약속을 지켜 정말 다행이다. 이제까지 중심타자로서 역할을 못했는데도 믿고 따라준

    후배들에게 정말 고맙다.


    -가장 이쁜 후배 한명을 고르라면.

    ▶룸메이트 이대호다. 가끔은 툭툭 내뱉는 말도 잘하지만 성격이 너무 좋다.

    동료들을 잘 챙기고, 야구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결승전 각오는.

    ▶원래 베이징올림픽 목표가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따는 것이었다.

    이제 1승 남았다. 내일 경기서도 최선을 다해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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