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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한국인 당예서2008 베이징 올림픽 2008. 8. 14. 11:20
귀화 한국인 당예서,13억 중국인이 지켜본다
귀화 한국인 당예서, 올림픽 금메달 恨 풀자.
중국인 '귀 찢는' 야유 소음 견뎌라.
특별취재단 =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 수 있다는 말처럼 기를 빼앗기지 않고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독려하겠습니다”2008 베이징올림픽에 여자 탁구대표팀을 이끌고 참가한 현정화(39) 코치는 중국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 승부 관건은 큰 무대에 서는 선수들의 부담감 극복 여부를 꼽았다.
13일부터 남녀 단체전이 시작되는 베이징대학 체육관은 관중 8천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탁구 전용경기장.
탁구는 13억 중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인 만큼 일찌감치 입장권은 매진됐고 암표도 정상가의 10배를 넘는 가격에 거래될 정도로 관심이 높다. 경기 당일 중국 홈팬들의 극성스런 응원은 불을 보 듯 뻔하다.
귀를 찢는 듯한 응원소리와 한국 선수들에 대한 야유성 소음에 견뎌내지 못하면 메달권 진입은 불가능하다.
가장 걱정이 되는 선수는 중국에서 귀화한 여자 대표팀 에이스 당예서(27.대한항공)와 남자팀 첫 출전자인 윤재영(25.상무)이다.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이 고향인 당예서는 지난 2001년 대한항공 훈련 파트너로 한국 땅을 밟은 지 7년 만인 올해 초 ‘제2의 조국’에서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중국 언론들은 조국에 창끝을 겨눈 당예서 흠집내기에 혈안이 돼 있다.
당예서는 지난 2월 광저우 세계선수권대회(단체전)에 참가했다 현지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는 바람에 갑작스런 컨디션 난조를 보였던 아픈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져 있어 단체전 단식 두 경기를 혼자 책임져야 하는 당예서가 제 실력을 발휘해 주느냐가 한국의 준결승 진출에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현정화 코치는 “(당)예서가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스스로 부담감을 털어내야 제 몫을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남자팀에선 올림픽에 데뷔하는 윤재영이 가장 걱정이다.
국내 대표 선발전에서 ‘수비 달인’ 주세혁(삼성생명)과 차세대 에이스 이정우(농심삼다수)를 제치고 베이징행 티켓을 얻은 윤재영은 큰 무대 경험이 없다.
오상은(KT&G)과 단체전 복식 콤비를 이루는 것은 물론 단식 한 경기를 뛰어야 하는 윤재영이 흔들린다면 남자팀으로서는 전력 차질이 불가피하다.
유남규 남자팀 코치는 “재영이가 올림픽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지난 한 달 동안 집중 조련했다.
큰 경기에서 주눅 들지 않고 경기하도록 격려하겠다”고 말했고 대표팀 ‘맏형’ 오상은도 “엄청난 긴장감을 이겨낼 수 있도록 다독이고 있다”고 전했다.
흔한 기합 소리도 없다. 눈을 부릅뜨고 상대에게 달려드는 투지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저 잔잔히 흐르는 시내 물처럼 라켓을 잡고 상대의 네트를 향해 휘두를 뿐이다. 탕나라는 중국 이름을 버리고 당예서(27, 대한항공)라는 이름으로 국가대표로 우뚝 선 그녀와의 첫 만남이었다.
'귀화 선수' 당예서는 오직 탁구만 생각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를 지켜보던 윤길중 감독은 “(당)예서가 인터뷰를 어려워합니다. 듣기는 잘하는데 말하는 게 서툴기도 하고 인터뷰에서 상처도 많이 입었거든요. 지난 3월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예선전에서 중국의 왕난을 꺾고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을 때 인터뷰에서 중국을 이기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 기사가 중국어로 번역돼서 중국 포털로 퍼지는 바람에 예서가 상처를 입은 적이 있습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 강해져야 하는 그녀
이렇게 민감한 당예서를 더욱 당혹하게 하는 것은 올림픽이 열리는 무대가 바로 모국 중국이라는 데 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 모두 당예서가 중국에서 큰 상처를 입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대표팀이 지난 2일과 3일 태릉선수촌이 아닌 안산 감골체육관에서 평가전을 가진 것도 당예서를 위한 배려였다. 이날 관중들은 중국 선수로 상정된 남자 상비군 및 청소년대표들이 좋은 활약을 보일 때 “짜요 짜요 중국 파이팅”을 외쳤다.
고요한 태릉선수촌과 달리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 당예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7월 경남 김해에서 가진 전지훈련을 포함해 4경기 연속 패배였다. 고개를 숙인 당예서는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데 마음대로 안돼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3일 평가전에서는 승리를 거둘 수 있었고 당예서의 표정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경기가 끝난 후 당예서는 “힘도 좋고 서브 타이밍도 달라서 남자 선수들하고 상대하는 건 너무 어려워요”라고 호소했다.
그렇다면 여자 대표팀은 왜 남자 선수와 맞대결을 펼치는 것일까. 국가대표급 여자선수와 훈련을 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남자 선수를 상대로 연습하는 것이 국제대회를 앞두고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윤길중 감독은 “청소년대표한테 이길 수 있다면 베이징올림픽에서도 해볼 만합니다”고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날 대표팀은 청소년대표에 간발의 차로 패했다. 마지막 5단식에서 박미영이 풀 세트 접전 끝에 패했을 때 선수들은 모두 안타까움의 탄식을 흘렸다. 당예서는 눈물을 글썽이는 박미영을 힘껏 안았다.
▲ 모국을 이겨야 하는 운명
잠시 자리를 옮긴 당예서는 “그래도 오늘은 괜찮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최근 두 차례 가진 평가전 결과에 내심 신경을 쓰고 있었던 눈치다. 당예서는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바로 자신감의 결여다.
현정화 코치가 경기 내내 당예서에게 파이팅을 외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당예서는 “잘 알고 있지만 마음대로 안돼요”라고 슬쩍 자리를 피했다. 현정화 코치는 “우리 (당)예서 실력은 정말 인정해요. 그런데 그 실력을 발휘하려면 정신력이 더 강해야 되요. 들쭉날쭉한 경기력이 바로 그 증거죠. 그래도 올림픽 아시아예선에서 왕난을 이긴 걸 보면 우리 예서 실력은 대단해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예서의 자신감 부족에는 귀화 선수의 아픔이 있다. 당예서는 지난 2001년 대한항공의 훈련 파트너로 입국해 한국의 국가대표로 성장했다. 노력의 결과이지만 조국을 버렸다는 아픔이 그녀에게 있다. 그래서 당예서는 쉽게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어요’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 그녀가 할 수 있는 말은 오직 “탁구만 열심히 할래요”라는 한 마디다.
▲ 두 아이의 엄마는 당차다
여린 성격과 달리 당예서는 당차다. 역설적인 말이지만 이는 그녀가 두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나고 자신을 찾아온 남편과 두 아이에게 그녀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두 아이를 안은 그녀는 비로소 자신감을 되찾은 듯 마지막 각오를 전했다.
“정말 탁구만 생각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요. 선수는 결과로 말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네요. 저도 하고 싶은 말은 참 많아요. 중국과 붙어도 이기고 싶고요. 중국이 잘하는 건 사실인데 우리가 진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그런데 인터넷이 너무 무섭네요. 저라고 금메달이 따고 싶다고 말하기 싫을까요…”.'2008 베이징 올림픽'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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