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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들어 올린 사재혁.."한국 가면 낚시 실컷 하고 싶다"2008 베이징 올림픽 2008. 8. 14. 11:04
매일 5만㎏ 연습… 그동안 산(山)을 하나 들었다"한국 가면 낚시 실컷 하고 싶다"
▲ 13일 올림픽 역도 남자 77㎏에 출전해16년 만에 한국에 금메달을 선사한 사재혁이
메달 시상식이 끝난 후 두 손을 높이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역도를 시작해 들어올린 무게가 작은 산 하나는 된다.
그렇게 흘린 땀방울이 모여 16년 동안 막혀있던 '금맥(金脈)'을 시원하게 뚫었다.
사재혁(23·강원도청)이 13일 베이징항공항천대 체육관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역도 남자 77㎏급 경기에서 합계 366㎏(인상 163㎏, 용상 203㎏)을 들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역도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전병관 이후 처음이다.
사재혁은 용상 2차 시기에서 한국기록과 똑같은 203㎏을 신청했다. 성공하면 금메달이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리훙리(중국)가 합계 366㎏(인상 168㎏, 용상 198㎏)으로 먼저 경기를 끝낸 상태였다.
인상에서 163㎏을 든 사재혁은 리훙리와 같은 기록만 내도 몸무게가 450g이 가벼워 체중 차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
사재혁이 기합 소리와 함께 바벨을 가슴 위까지 끌어올린 뒤 일어섰다.
잠시 심호흡을 하던 사재혁이 바벨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잠시 비틀거리는 듯하던 사재혁은 이내 중심을 잡고 멈춰섰다.
3명의 심판이 모두 성공임을 알리는 하얀색 등을 켰다. 바벨을 던진 사재혁이 환호했고,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전날 강원도 홍천에서 출발해 원정 응원에 나선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의 눈자위가 붉어졌다.
사재혁은 용상 3차 시기에서 세계기록(210㎏)을 넘어서는 211㎏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이미 금메달을 확정한 사재혁은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그 동안 정말 힘들게 훈련했는데 한국에 돌아가면 좋아하는 낚시를 실컷 하고 싶어요."
사재혁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사재혁은 "인상에서 5㎏ 정도까지만 따라붙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번 대회 중국 역도의 독주를 막아내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형근 역도대표팀 감독이 더 흥분해 있었다.
사재혁의 어릴 때 꿈은 올림픽에서 금메달리스트였다. 그러나 역도가 아닌 마라톤 선수로 올림픽 무대를 누비는 게 꿈이었다.사재혁의 어머니 김선이(45)씨는 "황영조 같은 마라톤 선수가 된다면서 만날 동네를 뛰어다녔다"고 했다. 1997년 홍천중학교에 진학했는데 운동부는 역도부와 복싱부밖에 없었다.
키는 크지 않았지만 스피드가 좋고 힘이 센 사재혁은 덜컥 역도부에 뽑혔다.
그의 어머니는 "재혁이가 몇 달 동안은 역도 하기 싫다면서 선생님께 가서 말 좀 해달라고 졸라댔다"고 말했다. 역도를 시작한 지 꼭 1년 만인 1998년 소년체전에서 합계 180㎏을 들어 1위를 차지했다.
사재혁은 무릎수술을 받기도 했지만 바벨의 무게를 늘려가면서 점점 역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한국체대에 입학한 2003년에 위기가 닥쳤다.
훈련 중에 당한 어깨 부상으로 두 번이나 수술을 받았다. 사재혁은 "재활 기간이 길어지면서 심각하게 운동을 그만둘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림픽 무대에 서는 자신을 상상하며 마음을 다잡았고, 2005년 부산 세계주니어역도선수권 남자 69㎏급에서 합계 320㎏으로 우승하며 '부활'을 알렸다.
시련은 또 한번 있었다. 2005년 말 손목 수술을 받고 1년 가까이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손목 재활을 마치고 나선 작년 태국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용상 3위, 합계 5위를 차지했다.
최성용 대한역도연맹 부회장은 "유연성과 순발력을 타고나 천생 역도를 할 몸이다. 부상만 아니었으면 작년 세계선수권에서 벌써 정상에 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재혁은 서전트 점프(제자리에서 뛰어오르는 것)가 1m나 된다.
사재혁은 12일 자신의 인터넷 미니홈피 첫 화면에 "내가 기구요, 기구가 나이로다. 기구와 내가 하나가 될 때 210㎏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할 것이다. 믿느냐? 나도 널 믿는다!"라고 썼다.
홈피 제목은 '잡초에 꽃을 피우려…'다.
고난을 딛고 자란 잡초는 마침내 베이징올림픽에서 화려한 꽃을 피웠다.
◇ 사재혁 프로필▲생년월일 : 1985년 1월 29일 ▲출생지 : 강원도 홍천
▲신체 : 1m68, 77㎏ ▲가족관계 : 1남 1녀 중 첫째
▲취미 : 당구, 낚시 ▲별명 : 싸군 ▲학교 : 석화초-홍천중-홍천고-한체대
▲주요 성적
2005 세계주니어역도선수권 69㎏급 1위
2007 세계역도선수권 77㎏급 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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