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철이 한국 레슬링 선수단에 베이징 올림픽 첫 번째 메달을 안겼다.
박은철(주택공사)은 12일 오후 중국 베이징 중국농업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55kg급 패자부활전에서 이란의 하미드 수리한에게 세트 스코어 2대0 승리를 거둬 동메달을 획득했다.
박은철은 앞서 벌어진 4강전에서 러시아의 나지르 만키에프에게 세트 스코어 1대2로 역전패, 결승 진출이 좌절됐었다.
'작은 거인' 박은철(27, 주택공사)이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55kg급에서 동메달을 따내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박은철은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금메달을 자신하지 못했다. 자신과 같은 체급에서 어리지만 천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세계 선수권 3연패(2005년~2007년)에 빛나는 하미드 수리얀이 그 주인공이다.
이제 막 23살밖에 안된 나이에도 불구하고 변칙 기술에 능한 수리얀에 박은철은 두 차례 만나 모두 패했다. 그 첫 무대가 바로 수리얀이 자신의 존재를 세계에 처음 알린 2005년 세계선수권 결승전이었다. 박은철은 2007년 세계선수권 결승전에서도 수리얀에 패했다.
아직 올림픽에서 메달과 인연이 없었던 박은철은 세계 대회 우승 고비마다 수리얀을 만나 고개를 숙인 셈이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도 대진상 수리얀과 4강서 만나게 되어 있어 4강전이 사실상의 결승전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수리얀이 8강에서 지난해 세계선수권 3위 러시아의 나지르 만키예프에 패한 것이었다. 수리얀이 없는 이상 박은철의 금메달 전망은 밝아 보였다. 그러나 박은철도 만키예프에 져 모든 예상이 뒤바뀌었다.
그러나 박은철은 실망이 아닌 기회로 여겼다. 어느새 27살이 된 박은철이 자신보다 4살이 어린 수리얀과 맞대결을 벌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은철은 3~4위전에서 수리얀에 2-0으로 승리하며 눈물을 흘렸다. 사실상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베이징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 만큼 기쁜 동메달이었다.
동메달을 따낸 박은철(27. 주택공사)이 중국 베이징 코리아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