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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 네가 버디면 나도… " 최경주 기죽지 않았다

자유행동 2007. 9. 8. 13:30
황제와 나란히 선 탱크 … 기죽지 않았다
`네가 버디면 나도 버디`
BMW챔피언십 1R 맞대결
7일(한국시간) 같은 조에서 플레이한 최경주(左)와 타이거 우즈가 첫 홀인 10번 홀에서 그린을 향해 걸어가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두 선수는 이 홀에서 나란히 버디를 잡았다.[레먼트(일리노이주) AP=연합뉴스]


"네가 버디를 잡으면 나도 잡는다."

"오호, 정말 그러네."

같은 조에서 맞대결을 펼친 '탱크'와 '황제'가 나란히 버디 행진을 하며 필드를 걸어갔다. 깃대를 노려보는 눈빛은 날카로웠지만 샷을 하고 난 뒤에는 서로를 격려하며 웃음을 나눴다.

최경주(37)와 타이거 우즈(32.미국)가 7일(한국시간) 미국 시카고 인근의 레먼트의 코그힐 골프장(파 71)에서 열린 PGA 투어 BMW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함께 플레이했다. 이 대회는 1000만 달러(약 95억원)의 우승 보너스가 걸려 있는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3차 대회다. 포인트 순위로 3위인 우즈와 4위인 최경주, 그리고 2위인 스티브 스트리커(미국)가 소위 챔피언 조에서 맞붙은 것이다(1위 필 미켈슨은 이번 대회 불참).

10번 홀(파 4)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우즈는 특유의 풀스윙을 했고, 최경주는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샷을 했다. 그럼에도 거리는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우즈가 5.5m 버디 퍼트를 성공하자 최경주가 곧바로 1.5m 버디 퍼트로 응수했다. 파 5인 11번 홀에서도 두 선수는 똑같이 버디를 잡았다. 우즈가 최경주를 보고 씩 웃었다.

최경주가 12번 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상승세가 한 풀 꺾였으나 14번 홀에서 다시 버디를 잡아 보조를 맞췄다. 결국 최경주는 3언더파 공동 12위로 1라운드를 마쳤고, 우즈는 버디 6개를 잡았으나 7번 홀에서 더블 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4언더파 공동 7위로 경기를 끝냈다.

두 선수는 친구처럼 지낸다. 최경주가 PGA 투어의 정상급 선수가 되기 전에도 우즈는 최경주를 따뜻하게 대해줬다. 우즈가 2004년 스킨스 게임차 한국에 왔을 때 "한국 가면 잘 좀 봐 달라"고 농담을 했을 정도다. 올해 우즈가 주최한 AT&T 내셔널에서 최경주가 우승하면서 더욱 각별한 사이가 됐다. 최경주는 "내가 (우즈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어떤 때는 한쪽 다리를 들어서 쭉 뻗듯이 인사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즈와 한 조에서 경기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긴장해서 경기를 망치기 일쑤다. 그러나 최경주는 전혀 그렇지 않다.

기자들이 최경주에게 "우즈와 메이저대회나 플레이오프 마지막 라운드, 한 조에서 경기하면 얼마나 떨릴까"를 물어본 적이 있다.

"우즈와 함께 대결한다면 너무 영광스러워 전혀 떨리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그의 대답이었다. '골프 황제' 우즈에 대한 경의를 표하면서도 전혀 두렵지 않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이다.

최경주와 우즈는 겉으로는 다른 것 같지만 실제 경기 스타일은 비슷하다. 강한 정신력은 두 선수의 공통점이다. 필요할 땐 꼭 파 세이브를 하고, 승부처에서는 먼 거리에서도 버디를 잡는다. 그린에 공을 올리지 못했을 때 파를 잡는 능력과 보기를 한 다음 홀에서 버디로 만회하는 능력은 두 선수의 장점이다.

우즈는 역전 불패의 신화를 쓰고 있고, 최경주도 최종라운드 선두로 나선 경기에서는 모두 우승했다. 올해 두 차례 우승이 모두 역전승이었다. 최경주는 "압박감 속에서 우승하는 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