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명박 박근혜 회동
이명박 박근혜 회동 웃으며 화합 얘기했지만…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대선후보와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의 7일 경선후 첫 만남은 시종 밝은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나 어색함도 없진 않았다.
경선 직후부터 “우리끼리인데 만나면 되지”(이 후보) “적당한 시점에 만날 생각이 있다”(박 전 대표)는 말을 주고받으며 뜸을 들였던 두 사람은 전당대회 이후 18일만에 이뤄진 45분간의 만남에서 ‘정권교체를 위한 화합’에 뜻을 같이 했지만 화합의 구체적 방법론에 대해선 철저히 언급을 피했다.
당초 예상대로 대부분의 시간을 ‘덕담’으로 채운 이날 회동에서 경선기간 치열하게 맞붙었던 이 후보와 박 전 대표는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때때로 뼈있는 말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의 시선을 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0분전 도착..예의갖춘 李 = 초록색 넥타이를 맨채 예정보다 10분 먼저 국회 귀빈식당에 도착한 이 후보는 “날씨가 참 좋다. 밖에서 하면 좋았을 걸”이라고 운을 뗀 뒤 ’무슨 말을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끼린데 뭐”라고 받아넘기며 여유를 보였다.
이어 회색 정장차림으로 등장한 박 전 대표도 유정복 의원 등 측근들과 함께 회동장에 들어서면서 ’무슨 말씀을 하실거냐’는 질문에 웃으며 특유의 부드러운 어투로 “굉장히 성격이 급하시네요. 전당대회에서 이미 입장을 다 밝히지 않았나요”라고 말했다.
무려 23대의 TV카메라와 수십명의 기자들 앞에서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은 밝은 표정으로 “어떻게 지내셨나” “가까이 오세요” “카메라플래시 때문에 눈 부시죠”라며 거듭 친근감을 표시했고 약 15분간의 공개 회동에서도 대체로 밝은 표정을 지켰다.
이 후보는 회동이 끝난 뒤에 직접 박 전 대표를 국회 본관 정문 앞까지 배웅하기도 했다.
◇강대표 ’분위기 메이커’ = 자리를 주선한 강 대표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강 대표는 “경선기간 연설회를 13번, 토론회를 8번, 검증청문회 1번을 했다. 후보님들 너무 혹사시켜 죄송하다. 이 기회에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너스레를 떤 뒤 방송 마이크를 가리키며 “유사 이래 가장 많다. 22개나 된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고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두분이 손바닥을 딱 쳐서 큰 소리를 내면 제가 잘 뒷받침해서 정권창출하겠다”며 회동의 의미를 애써 부여하기도 했다.
그는 또 운동이 화제가 되자 “저는 골프는 대선 끝날 때까지 안하기로 했다. 지금 운동이라고는 선거운동과 숨쉬기운동만 한다”고 농을 던져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도와달라” “걱정있다” = 예상과 같이 ‘승자’인 이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해 도와달라”는 당부의 말을, ’패자’인 박 전 대표는 “정권을 되찾아달라”는 격려의 말을 전했다.
이 후보는 ‘이인동심 기리단금(二人同心 其利斷金)’이라는 맹자 구절을 인용하며 “두사람이 힘을 합치면 쇠도 끊는다. 둘이 힘을 합치면 정권을 찾아올 수 있을 것 같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박 전 대표도 “지지도가 높고 한나라당 후보가 되셨으니 여망을 꼭 이뤄서 정권을 되찾아 주시기 바란다”고 화답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 당직 인선과 ‘당권-대권 분리 논란’을 염두에 둔 듯 “상대 캠프에 대해 의원이나 당협위원장 문제라든지 당의 노선이나 운영이 많이 기사화됐다”면서 “당의 앞날에 대해 걱정을 하고 그러니 후보께서 잘 알아서 하시라”며 뼈있는 충고를 하기도 했다.
◇“경선 끝난 후 가장 흡족” = 이 후보와 박 전 대표는 약 30분간 배석자 없이 단독회동을 가진 뒤 밝은 표정으로 동시에 회담장에서 나왔다.
박 전 대표는 대화내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다”면서 “공개된 자리에서 이야기한 대로 정권교체의 연장선상에서 함께하자, 잘해보자고 했다. 특별히 다른 이야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합의문은 없느냐’는 질문에 “무슨 합의문이냐 같은 당에서..”라고 답했으며, 선대위원장직 제의와 관련해선 “내가 이야기하지 않았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박 전 대표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정권교체를 하자는 데에 똑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추후 회동 계획에 대해선 “같은 당인데 만나야 한다”며 “필요하면 만나는 것이고, 정례화고 필요없다. 당대표가 있으니까 필요하면 만난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회동후 “이 후보는 회동 소감에 대해 ‘경선이 끝난 이후 가장 흡족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이 후보와 박 전대표, 강 대표의 공개회동 발언 요약.
박 전 대표(이하 박) = 경선 끝나고 쉬지도 못하시고 바쁘게 보내셨는데 건강은 괜찮나.
이 후보(이하 이) = 네. 좀 쉬셨나. 저는 어제 영화를 한 편 봤다. ‘브라보 마이라이프’라는 영화인데, 봉급생활자가 퇴직을 하는데 아이들은 컸고 돈은 필요한데 일자리가 없어져서.. 아주 재미있게 봤다.
박 = 우리가 경선 한참 치를 때는 가만있어도 땀이 흐를 정도로 더웠는데 그 사이 계절이 바뀌었다.
이 = 백로가 되었다. 그 때 고생했다. 여름에.
박 = 같이 고생했다.
강 대표(이하 강) = 제가 연설회를 13번이나 하고 토론회를 전부 계산해 보니 8번을 하고 청문회를 1번하고 후보들 혹사를 시켜 죄송하다. 이 기회에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박 = 역사에 남는 경선이 됐다.
이 = 그 때가 제일 더울 때였다. 우리도 우리지만 밖의 사람들도 고생 참 했다.
박 =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
이 = 고맙게 생각한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요즘 저쪽 당이 뒤따라 경선한다고 준비하더라.
박 = 열린우리당..통합신당?
이 = 그 당이 어젯밤에 토론회 하더라. 우리같이 그렇게는 안 하겠지. 검증청문회.(웃음) 박 전 대표께서 큰 일 하셨다.
박 = 후보께서 지지도 높으시고 한나라당의 후보가 되셨으니 여망을 꼭 이뤄서 정권을 되찾아 주시기 바란다.
이 = 박 전 대표와 힘을 합치면 정권 찾아올 수 있을 것 같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오늘 맹자 글을 보니까 이인동심 기리단금(二人同心 其利斷金)이라고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쇠도 끊는다. 저도 열심히 하려고 한다. 길을 잘 열어서 나가도록 그렇게 하겠다. 제일 중요한 것은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협력하면 잘 되지 않겠나.
박 = 화합해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 =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저 혼자 힘으로 되지 않는다. 저쪽이 정치공학에 능한 사람들이니까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지만 우리가 단합하면 저 사람들보다 우리가 큰 힘이 될 것 같다.
강 = 후보님이 문자를 쓰셨으니까 저도 문자를 좀 써봐야겠다. 고장난명(孤掌難鳴). 두 분이 손바닥을 딱 쳐서 큰소리 내시면 제가 뒷받침해서 정권창출 하겠다. 두분 손바닥 한번 쳐달라.
박 = 당이 하나가 되어서 정권을 되찾아 와야 하는데 상대 캠프에 대해 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문제라든지, 당의 노선이나 운영 이런 것들이 기사화가 많이 됐다. 당의 앞날에 대해 걱정을 하시고 그런다. 이제 후보가 되셨으니까 그런 것들을 잘 알아서 잘 하시리라 믿는다.
이 = 그렇다. 저는 벌써 잊어버렸다. 중간에 많은 일이 있었으나 서로 이해할 만한 것은 직접 이야기하면서 제가 아주 잘 하겠다. 혹시나 싶어서 그렇게 걱정하는 의원들도 계신다고 하더라. 박 전 대표께서 협조해 주시면 많은 사람들하고 힘을 합쳐서 잘 하겠다. 앞으로 선거에 임박해서 중요한 일들은 상의를 하겠다. 중요한 일들은 수시로 연락을 드리겠다.
박 = 후보 중심으로 하시라.
이 = 후보 중심으로 하더라도 그때그때 여러가지 영향을 주는 일들은 같이 의논하도록 하겠다.
박 = 앞으로 대선 치르려면 건강하셔야 한다. 건강 잘 챙기셔야 한다.
강 = 이제 두 분이 서로 역지사지(易地思之)해서 힘을 합쳐 주시면 좋겠다. 저는 그 말씀만 드리고 싶다. 저는 두 분이 만나는데 복덕방 역할을 하러 온 것이니 이제 사라지겠다. (이후 비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