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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노인도 핸들잡는다?" 도급택시가 위험한 이유

자유행동 2007. 9. 6. 14:33

치매노인도 핸들잡는다?" 도급택시가 위험한 이유

2007년 09월 06일 (목) 11:20 스포츠서울






◆ 택시회사, 기사 고용 전 경험 쌓아라 도급택시 강요


택시 회사들은 경험이 부족한 택시 기사들을 고용하기 전에 5주부터 3개월까지 도급택시 영업을 강요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 모씨(27)는 퀵 서비스와 트럭 운전 등 운전경험을 쌓다가 올 초 택시 자격증을 따고 서울 강동구 H 택시 회사에 지원했다. 그는 “택시 경험이 없는 만큼 처음부터 대차를 줄 순 없다고 했다면서 회사에서 노골적으로 도급 택시를 권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한 택시회사뿐만 아니라 D 회사 등 서너 군데에서도 똑같은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은 택시회사 사이에서 마치 관행처럼 이루어지고 있는 일이었던 것이다. 2005년 택시 기사를 했던 안 모씨(32)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도급택시는 배차가 없는 신참기사들이 스페어 차(비는 차)가 있을 때 하루 일당 3,4 만원만 떼어주면 몰고 나갈 수 있다"며 자신도 처음엔 당연하게 받아들였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택시 회사 관계자는 "처음 택시를 모는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어올 수도 없고, 힘든일인 만큼 오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택시 기사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 빈 택시를 나둬 봤자 손해 인만큼 도급 영업을 안할 수 없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 '돈만 벌면 그만' 고령, 치매노인에게도 택시 내줘


도급택시는 신참 기사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법인 택시의 경우 정년은 60세. 택시회사 측에서는 나이든 택시기사들을 고용하기 위해 6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까지 도급 영업을 유도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건강한 노인들 뿐만 아니라 지병을 앓고 있거나 심지어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 등 운전을 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까지 마구잡이로 택시를 내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택시 기사인 김 모씨(48)는 "기사 식당에 한번 가봐라. '저런 분이 어떻게 택시를 몰까' 할 정도로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간혹 있다. 우리회사에서는 60세 넘은 노인들 같은 경우 스페어 택시로 많이 돌린다."고 말했다. 김 씨는 "범죄이야기는 들었다. 하지만 도급택시 기사가 모두 나쁜 사람은 아니다. 사실 성실한 도급 택시기사들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이 없거나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밥벌이 때문에 할 수 없이 도급택시라도 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솔직히 바닥(도급 택시 기사들을 가리키는 은어)에 떨어지면 회사 비위도 맞춰야 하고, 혹시라도 교통위반이나 사고라도 생기면 모두 자기 책임이 된다"고 실태를 알려줬다. 도급택시기사는 노동자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보장이 전무한 상태에서 일을 하고 있는 셈이었다.


◆ 등록 택시는 많고 기사수는 적고 노는 택시 당연?


그렇다면 왜 도급택시가 도로를 활주하고 다닐 수밖에 없을까. 택시기사들은 법인 택시 기사의 수가 너무 적다는데 원인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즉 택시회사에서 운영하는 등록 택시에 비해 기사들은 항상 부족하다는 것. 때문에 도급택시가 자연스럽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건설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인구 대비 택시대수는 서울이 143명당 1대로 도쿄 1/230, 런던 1/345,뉴욕 1/657에 비해 매우 높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나치게 많은 구조로 이미 포화상태에 있어 수입이 좋지 않은 것이다. 2006년 택시운송사업면허 현황을 보면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대전, 울산을 포함한 7대 도시에 일반 택시 중 등록 대수는 53,821대인데 반해 운전자 수는 80,228명뿐이다. 한 대당 2교대를 기준으로 해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인 것이다.


택시 기사 한모씨는 "돈벌이가 안되서 기사가 부족한 것도 있지만 2교대를 해도 갑자기 사람이 아플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사정이 이러니 스페어 차량은 항상 있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택시 회사가 꽤 많은 스페어 차량을 갖고 있다. 놀게 놔두자니 아까우니까 도급택시로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 택시기사 자격증 남발, 관리부재로 범죄 예방 놓쳐


도급택시가 없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택시기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택시기사들은 기사 자격을 얻는 기준이 너무 쉽다고 솔직히 인정한다. 택시 기사 김씨는 "잠실교통회관을 가면 말 그대로 형식이다. 택시 기사가 부족해서 그런지 시험만 보면 합격이다. 성산동에서 보는 인성검사도 서비스업이라고 하기에는 형식적 수준"이라고 밝혔다.


택시 기사 자격을 한 번 얻으면 평생 동안 누릴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2,3년이나 10년 단위로 갱신하는 제도가 없어 택시 기사에 대한 정부차원의 관리가 소홀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잠재적인 범죄자나 택시기사 부적격자를 가려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조수석쪽에 택시운전자격증을 게시하지 않을 경우 과징금은 15만원 수준, 택시운전자격증 퇴색, 마멸시 과태료는 5만원 정도에 불과해 승객이 택시 기사의 신원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범죄예방 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에도 강력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 서울시 인력부족 타령에 실효성 없는 대책에 변명만


서울시는 도급택시의 실상에 대해 능력 부족을 부인하지 않았다. 서울시 택시정책팀의 한 관계자는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 경찰관이 많이 있다고 범인들이 다 잡히는 게 아니지 않느냐. 교묘하게 서류를 조작하는 택시 회사들의 도급영업은 모래 속 진주찾기처럼 좀처럼 당해내기 어렵다"고 실토했다.


그는 "현재 도급 택시 단속과 관련된 법을 한층 강화할 것을 건교부에 건의한 상태다. 도급 택시를 신고하면 최대 포상금 100만원까지 지급하는 조례안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택시정책팀의 관계자는 "지난 10월부터 여성단체나 여러 방송을 통해 택시의 고유번호를 입력하면 가족에게 택시 정보가 전송되는 시스템을 구축해 소개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이 모르고 있다. 무관심이 화를 부른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미 여러차례 지적됐듯 택시 고유번호 제도는 범죄예방 등에 실효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택시범죄가 줄을 이어 사회가 불안해지고 있음에도 관계당국은 원인에 대한 처방보다는 변명과 대책타령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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