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배꼽 큰 레이저 프린터
소모품 가격·인쇄 장수 따져보고 알뜰하게 사자
‘배보다 배꼽 큰’ 레이저 프린터 프린터 값 싸도 토너 비용은 더 들어
최근 레이저 프린터 시장이 뜨겁다. HP, 엡손 등 전통적인 강자들은 물론이고 삼성전자, TG삼보 등 국내 업체들도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덕분에 가격 부담은 적으면서도, 이전보다 훨씬 다양하게 레이저 프린터를 고르는 게 가능해졌다. 자신에게 맞는 레이저 프린터를 알뜰하게 구매, 운용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프린터, 소모품 가격과 함께 따져야
최근 출시되는 프린터들은 가격만 보고 샀다가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가 많다. 각자 회사마다 다른 정품 토너를 사용해, 유지 비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
예를 들어 약 14만원대인 삼성 ML-2010을 산 사용자라면 프린터 가격은 싼 반면, A4용지 1장을 인쇄할 때 드는 토너 비용은 23.8원에 달한다. 반면 신도리코 LP-3232를 산 사용자라면 프린터 가격은 삼성 ML-2010제품에 대해 10만원 이상 비싸지만, 1장 인쇄당 토너 비용은 16.7원에 불과하다.
이 경우 계산하면 약 1만8000장 이상을 뽑는 사용자는 오히려 LP-3232를 사는 게 비용상 효율적이다. 하루 50장을 뽑는 사용자라면 1년 만에 손익 교차점을 맞는 셈이다. 여기에 각 사마다 다른 프린터 기능의 차이와 드럼 등 다른 소모품 비용도 반영해야 하므로, 유지비용을 따지는 사용자라면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품질도 따지고, 인쇄 장수도 많은 기업형 사용자라면 각 프린터 업체가 내놓는 특수형 소모품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국 HP의 경우 기존 표준형 HP 카트리지에 비해 24% 비용절감을 할 수 있는 대용량 토너 카트리지를 출시한 바 있다. 또 조만간 32%까지 출력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레이저젯 듀얼팩을 선보일 예정이다.
◆재생용품은 애프터서비스와 품질 따져야
정품 토너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용자들은 재생 토너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재생 토너란 다 쓴 토너 카트리지를 세척한 뒤 부품을 교체하고 토너 가루를 보충해 다시 쓸 수 있도록 한 제품. 레이저 프린터를 생산한 업체가 판매하는 정품 토너와는 달리, 재생 토너 전문 업체가 따로 판매한다. 재생 토너의 가격은 대부분 정품 토너의 절반에서 4분의 1 사이다. 구매도 쉽다.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프린터 판매 코너에 정품 토너 판매처 및 재생 토너 판매처를 함께 올려 사용자가 선택해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다 쓴 토너에 토너 가루만 충전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프린터의 출력을 작동시키는 드럼과 토너가 서로 분리된 제품이 많다. 이런 제품들의 경우 토너 충전 업체나 일부 사용자들은 토너를 다 쓰게 되면 카트리지 구멍을 뚫고 토너 가루를 채워 넣는다. 토너 충전업체에 맡길 경우 보통 2만원대에 가능하다.
문제는 품질이다. 프린터 업체들은 정품 토너를 쓰지 않고 토너 리필이나 재생토너를 쓰는 경우 프린터가 고장 나거나 인쇄 품질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토너 충전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한 프린터업체 관계자는 “토너에 남아 있는 토너 입자와 상태가 다른 새 토너 입자가 섞이면 인쇄를 맡는 드럼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게다가 프린터업체에서 사후서비스(A/S)를 받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이들은 강조한다. 이에 따라 재생토너 업체들도 자체 A/S망을 확충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프린터 업계 기술·가격 전쟁
프린터 업체들은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소비자를 붙잡기 위해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서고 있다. 첫째는 가격을 낮춰 재생 토너 사용자들을 정품 토너를 사용하도록 끌어들이는 것. 둘째는 정품 토너를 써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소비자들을 매혹시킬 기술과 디자인을 갖추는 것이다.
특히 기술·디자인 경쟁이 치열하다. HP는 한 해 소모품에 대한 연구 개발비로 10억달러(9400여 억원) 이상의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00년 15건에 불과하던 프린터 토너 관련 특허 국내 출원은 지난해 96건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 두께가 각각 12㎝, 16.5㎝에 불과한 신형 레이저 프린터 ‘스완’과 레이저 복합기 ‘로간’을 출시했다.
프린터 업계 관계자는 “재생업체와의 소모품 가격 경쟁을 이겨내려면 저가형 토너는 물론 프리미엄 사용자들을 잡아둘 다양화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에 따라 소비자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