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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인질석방 새로 드러난 뒷이야기

자유행동 2007. 9. 2. 16:32

아프간 인질석방 새로 드러난 뒷이야기

살해된 2명을 제외하고 피랍 6주 만에 전원 석방된 한국인 일행이 1차 건강 검진을 하려는 의료진에게 가장 먼저 요청한 약품은 해충에 물려 가려운데 쓰는 약이었다고 한다.

인질 석방을 위해 카불에 급파된 한국 협상팀의 고위 관계자는 이들이 지난달 31일 오후 두바이에 도착한 뒤 석방된 인질과 관련한 뒷 이야기를 일부 털어놨다.

=“벌레물린데 바르는 약 먼저 달라”

피랍자 가운데 지난 13일 가장 먼저 석방된 김경자ㆍ김지나씨는 한국 측으로 신병이 인도된 뒤 건강 검진 차 대기해있던 의료진에게 “벌레에 많이 물려서 매우 가렵다. 약을 먼저 줄 수 없느냐”고 요청했다.

실제로 외부로 노출되는 손과 발에 벌레가 문 상처와 이 상처를 긁어서 생긴 딱지가 수십 개 목격됐다.

이들 뿐 아니라 29일과 30일 양일간 순차적으로 석방된 인질들도 억류생활 동안 개미나 벼룩 등 해충에 물려 가려움증을 호소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들이 탈레반에 억류된 곳이 토굴이나 움막, 민가의 가축 우리 같은 사실상 야외나 다름 없는 비위생적인 공간이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서명화 씨가 바지에 몰래 쓴 ‘피랍 일지’에도 ‘벼룩이 물어 잠을 설쳤다’는 내용이 적혀 있을 정도다.

또 가려움증에 바르는 약 같은 기초적인 의약품도 제대로 제공되지 못했음도 알 수 있다.

이들이 신고 있던 신발이 아프간 현지인과 마찬가지로 슬리퍼나 샌들이었던 탓에 살이 많이 노출됐던 것도 한 원인으로 보인다.

=탈레반, 처음 보는 약은 인질에 전달 안한 듯=

탈레반이 “인질 중 환자가 있다”는 발표에 한국 측과 카불의 민간병원이 수차례 인질 치료를 위한 약품을 전달했으나 그들이 처음 보는 약은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이 고위 관계자는 말했다.

그는 “탈레반과 미리 약속된 접선 장소에 수차례 약을 놓고 왔는데 진통제나 소화제 같은 흔히 볼 수 있는 약만 전달됐고 처음 보는 ‘복잡한 약’은 가져가지 않은 것으로 본다”며 “탈레반은 약 속에 위치추적용 소형칩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한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달 31일 카불 기자회견에서 유경식 씨는 “2년전 받은 갑상선암 수술 때문에 매일 호르몬제 2알을 먹어야 하는데 1주일 지나 다 떨어져 손짓 발짓으로 약을 달라고 요구했는데 받지 못했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정부가 3차례나 보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석방 뒤 식사량 줄어…“라면 먹고 싶다”=

지난달 29일과 30일 석방된 인질들은 보안이 철저한 카불 시내의 비교적 고급호텔 2인실에 묵었는데 이 호텔에서 제공되는 기름진 식사에 선뜻 입을 대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40여 일간이나 부족하고 질이 떨어진 음식을 먹어온 탓에 갑자기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면 배탈이나 설사가 나기 때문이다.

식사량도 상당히 줄었다는 게 협상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달 31일 카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명화씨는 “아프간 음식에 잘 적응하지 못했고 그들도 가난해 음식이 충분하지도 않았다”고 말했었다.

협상팀은 자신들이 먹으려고 한국에서 가져 온 즉석 밥인 ‘햇반’과 김을 이들에게 나눠줬다.

이 관계자는 “억류 생활기간 가장 먹고 싶었던 음식이 라면이라는 인질이 많았다”며 “31일 아침 호텔 뷔페는 자기가 고를 수 있어서 조금씩 식사를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서로 이야기를 하며 그간 (쌓여있던) 고통을 쏟아내는 게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는 데 중요하다고 보고 두 사람씩 한 방에 배정했다”고 덧붙였다.

1일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두바이의 한 한국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파전이 나오자 일부 석방자는 “(억류기간) 밀가루 음식만 하도 먹어서 파전은 손이 잘 안 간다”고 말했다.

이에 한 외교부 관계자가 아이스크림을 주문해 줬더니 모두 반가운 표정으로 그릇을 비웠다고 한다.

=“그룹마다 억류 경험 달라”=

탈레반에 납치된 23명은 처음 11명과 12명으로 나뉜 뒤 다시 3∼4명씩 5∼6개 그룹으로 쪼개져 억류생활을 했다.

이들은 석방될 때까지 서로 얼굴도 보지 못하고 일행 2명이 살해된 지도 모를 정도로 격리돼 있었는데 불행중 다행으로 좀 더 좋은 대우를 받았던 그룹이 있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어떤 그룹은 매일 매일 투박한 식사와 병, 협박에 시달리며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했는가 하면 다른 그룹은 그나마 잘 사는 민가에 맡겨져 비교적 나은 식사나 위생 환경을 제공받았다는 것.

탈레반은 낮엔 자신을 지원하는 농가 등에 인질 감시를 맡겼고 밤엔 자신들이 직접 인질을 억류했다.

이 관계자는 “대우를 그래도 잘 받은 그룹은 석방된 뒤에 다른 그룹의 억류생활 경험담에 놀라기도 했다”며 “하지만 전문가에 따르면 아무리 대우를 잘 받았다손 치더라도 장기간 감시와 억류생활을 겪은 사람은 며칠이 지나면 심각한 정신적 외상이 온다고 한다”고 말했다.

=에어컨 없었던 적신월사 협상장=

한국 측과 탈레반의 4차례에 걸친 대면협상이 있었던 가즈니주 주도 가즈니시의 적신월사 건물은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은 오래된 콘크리트 건물이었다.

아프간엔 적신월사의 활동을 위해 곳곳에 ‘포스트’(post)로 쓸 수 있는 건물이 있는데 평소엔 비어있다가 적신월사가 지역을 순회하면서 가끔 이용하는 사무실 같은 곳이라고 협상팀 관계자는 설명했다.

특히 이번 협상이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넘나드는 한 여름에 열리면서 냉방시설이 없어 협상장에 직접 나갔던 협상팀원이 더위에 큰 고생을 했다고 한다.

  • ▲ 아프간 피랍기간 토굴 등에 억류된 생활로 개미 등 벌레에 물린 자국이 선명한 한 여성인질의 발. /연합뉴스

=석방 뒤 식사량 줄어…“라면 먹고 싶다”=

지난달 29일과 30일 석방된 인질들은 보안이 철저한 카불 시내의 비교적 고급호텔 2인실에 묵었는데 이 호텔에서 제공되는 기름진 식사에 선뜻 입을 대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40여 일간이나 부족하고 질이 떨어진 음식을 먹어온 탓에 갑자기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면 배탈이나 설사가 나기 때문이다.

식사량도 상당히 줄었다는 게 협상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달 31일 카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명화씨는 “아프간 음식에 잘 적응하지 못했고 그들도 가난해 음식이 충분하지도 않았다”고 말했었다.

협상팀은 자신들이 먹으려고 한국에서 가져 온 즉석 밥인 ‘햇반’과 김을 이들에게 나눠줬다.

이 관계자는 “억류 생활기간 가장 먹고 싶었던 음식이 라면이라는 인질이 많았다”며 “31일 아침 호텔 뷔페는 자기가 고를 수 있어서 조금씩 식사를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서로 이야기를 하며 그간 (쌓여있던) 고통을 쏟아내는 게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는 데 중요하다고 보고 두 사람씩 한 방에 배정했다”고 덧붙였다.

1일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두바이의 한 한국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파전이 나오자 일부 석방자는 “(억류기간) 밀가루 음식만 하도 먹어서 파전은 손이 잘 안 간다”고 말했다.

이에 한 외교부 관계자가 아이스크림을 주문해 줬더니 모두 반가운 표정으로 그릇을 비웠다고 한다.

=“그룹마다 억류 경험 달라”=

탈레반에 납치된 23명은 처음 11명과 12명으로 나뉜 뒤 다시 3∼4명씩 5∼6개 그룹으로 쪼개져 억류생활을 했다.

이들은 석방될 때까지 서로 얼굴도 보지 못하고 일행 2명이 살해된 지도 모를 정도로 격리돼 있었는데 불행중 다행으로 좀 더 좋은 대우를 받았던 그룹이 있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어떤 그룹은 매일 매일 투박한 식사와 병, 협박에 시달리며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했는가 하면 다른 그룹은 그나마 잘 사는 민가에 맡겨져 비교적 나은 식사나 위생 환경을 제공받았다는 것.

탈레반은 낮엔 자신을 지원하는 농가 등에 인질 감시를 맡겼고 밤엔 자신들이 직접 인질을 억류했다.

이 관계자는 “대우를 그래도 잘 받은 그룹은 석방된 뒤에 다른 그룹의 억류생활 경험담에 놀라기도 했다”며 “하지만 전문가에 따르면 아무리 대우를 잘 받았다손 치더라도 장기간 감시와 억류생활을 겪은 사람은 며칠이 지나면 심각한 정신적 외상이 온다고 한다”고 말했다.

=에어컨 없었던 적신월사 협상장=

한국 측과 탈레반의 4차례에 걸친 대면협상이 있었던 가즈니주 주도 가즈니시의 적신월사 건물은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은 오래된 콘크리트 건물이었다.

아프간엔 적신월사의 활동을 위해 곳곳에 ‘포스트’(post)로 쓸 수 있는 건물이 있는데 평소엔 비어있다가 적신월사가 지역을 순회하면서 가끔 이용하는 사무실 같은 곳이라고 협상팀 관계자는 설명했다.

특히 이번 협상이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넘나드는 한 여름에 열리면서 냉방시설이 없어 협상장에 직접 나갔던 협상팀원이 더위에 큰 고생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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