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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물…” 흙파는 케냐 아이들

자유행동 2007. 8. 31. 23:40


“언니도 마실래…?” 미노이(4)가 컵을 내민다. 말문이 막힌다. 컵 안에는 누런 흙탕물 반, 사막 모래 반이다. “이거, 먹는 물이야?” 별 걸 다 묻는다는 듯 눈을 크게 뜬다. “그럼. 우리 식구 다 마셔. 엄마가 많이 떠오랬어.” 새삼 아이 몸뚱이 절반이 땅거죽 아래에 묻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몸 주변엔 이미 커다란 구덩이가 파여 있다.



아프리카 케냐의 사막 마을 코어(Korr). 주위엔 모래사막과 가시나무뿐, 한낮 기온이 45도까지 올라가는 곳이다. 비는 6개월이 넘도록 오지 않았다. 전날 밤 기적처럼 가랑비가 내렸지만 아침이 되자 사막은 다시 바싹 말랐다. 아이들은 아침부터 그릇 하나씩을 쥐고 땅을 팠다. 네 살짜리 여자아이, 미노이도 컵 하나로 땅을 팠다. 온몸이 흙투성이가 되도록 흙을 퍼낸 끝에 흙탕물이 보였다. 아이는 땅 파던 그 컵으로 말없이 플라스틱 통에 물을 퍼 담는다. 자기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취재팀이 측은해 보였는지 다시 묻는다. “물 조금 줄까? 이거 먹으면 배 덜 고플 텐데….”


[특별취재팀]

▲ 사막에서 아이들이 땅을 파고 있었다. 네 살짜리 여자아이 미노이(사진 아래)는 두 시간 동안 땅을 파‘식수’를 마련했다. 컵에는 흙탕물 반, 모래 반이 담겨 있었다. 숨막히도록 뜨거운 8월, 북부 케냐 코어의 아침이었다. /코어(케냐)=송혜진 기자 enave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