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 동전’ 죽이는 은행
‘10원 동전’ 죽이는 은행
10원짜리 동전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기사〈본지 29일자 A1면〉가 나간 날, 기자는 독자들로부터 20여 통의 전화와 이메일을 받았다. 내용은 딱 절반씩으로 갈렸다.
“잔돈으로 줄 10원짜리를 못 구해서 비닐봉투 값(20원)을 못 받고 있습니다.”(수퍼마켓 주인)
“딸 아이 저금통에 10원짜리가 가득해요. 10원짜리 구한다는 분 연락처 좀 알려주세요.”(유치원 학부모)
책상 서랍에 10원짜리가 가득해 처치 곤란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모자란다고 아우성이다. 수요와 공급이 연결되지 않고 ‘죽은 돈’으로 사장(死藏)되는 것이다. 그 결과 올해 들어 한국은행이 시중에 뿌린 10원짜리 동전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배나 늘었지만 실제로 시중엔 동전이 돌지 않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30일 오전, 기자는 종이 봉투에 10원짜리 동전 100 개를 담아 서울 시내 은행 지점 5곳을 찾았다. 동전을 내밀며 1000원권 지폐로 바꾸어 달라고 했지만 5곳 모두 안 된다고 했다.
“지금은 바쁘니까 화요일 오전에 오세요.”(A은행 신림동지점) “정 바꾸셔야 하면 한국은행에 가세요.”(B은행 광화문지점) “저희는 새 10원짜리를 인식하는 기계가 없습니다.”(C은행 종로지점)
“무겁게 들고 왔다”고 사정해 봐도 소용 없었다. 서민금융을 표방한다는 저축은행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문제는 은행인 셈이다. 은행 입장에서 동전 교환이 돈 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자영업자며, 금융 소비자들이 기댈 곳은 은행밖에 없다. 은행들이 동전 유통에 적극적으로 나서주지 않으면 제조원가가 20원 든다는 10원짜리 동전은 계속 서랍 속으로 퇴장(退藏)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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