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석방] 탈레반 ''몸값'' 포기했을까?
텔레반 몸값 포기했을까?
탈레반 대표 물라 바시르(왼쪽), 물라 나스룰라(오른쪽).
탈레반과 한국 정부가 28일 한국인 인질 19명의 전원 석방에 전격 합의함에 따라 몸값 지불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탈레반을 비롯한 테러단체들은 그동안 인질사건을 일으킬 때마다 거액의 몸값을 챙겨온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실제로 독일 정부는 지난해 1월 이라크에서 납치된 독일인 기술자 2명을 석방하기 위해 1천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썼다고 독일 언론들이 보도한 바 있다.
이탈리아 역시 지난해 3월 탈레반에 납치된 이탈리아 사진기자 가브리엘레 토르셀로를 풀어내기 위해 200만 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지난해 5월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정부가 이라크에서 21개월동안 몸값으로 지불한 돈이 무려 4천500만달러에 달한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한국인 인질 사건이 발생한 이후 각국 언론들이 몸값이 이번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의 경우 탈레반이 인질 1인당 10만달러의 몸값을 요구한다고 지난 26일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탈레반이 발표한 석방 합의 조건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인질석방 대가로 탈레반에 어떠한 금품도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돼 있다.
합의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탈레반은 아프간 주둔 한국군의 연내 철수 등의 조건만 관철시키고 몸값은 ’깨끗하게’ 포기한 셈이다.
우리로서는 충분한 실리를 챙겼다는 탈레반의 상황 판단과 한국 정부의 치밀한 협상력이 어우러져 몸값 지불 없이 인질이 석방됐다면 최고의 성과임에 틀림없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탈레반이 이번 인질 사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실리를 챙겼기 때문에 몸값을 포기했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탈레반이 한국 정부와 직접협상을 벌이는 등 국제사회에서 정치적인 실체를 인정받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성과라는 점이 이런 관측의 배경이다.
또 여성을 인질로 잡고 있는데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된 상황에서 몸값에 집착할 경우 도덕성에 치명타가 된다는 점을 탈레반이 고려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탈레반이 자신들과의 관계가 전무했던 한국 정부와의 협상에서 지극히 예외적으로 몸값 포기라는 선물을 줬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주장에도 설득력은 있다는 지적이다.
몸값에 관한 ’진실’은 오직 협상팀만 알고 있고 설령 지불이 됐다 하더라도 공개될 일은 없겠지만 어쨋든 이 문제는 국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두고두고 논란거리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