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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칸] “정부협상단, 인질 7명과 전화통화”

자유행동 2007. 8. 26. 23:26

“정부협상단, 인질 7명과 전화통화”


[한겨레] 정부와 탈레반의 인질 석방을 둘러싼 협상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할 때, 남은 인질 19명의 석방 협상은 산으로 치면 8부 능선쯤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들은 남은 인질 19명의 전원 석방에 정부와 탈레반이 합의했다는 <아프간이슬람통신>(AIP)의 전날 보도에 대해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석방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나 석방 합의는 확인된 바 없다”는 원론적 대답뿐이다.

정부로선 협상에 진전이 있더라도 피랍자들을 모두 넘겨받을 때까지는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난 13일 김경자·김지나씨 석방 때도 외교부는 이들이 풀려나 우리 쪽에 완전하게 인도된 뒤에야 석방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정부가 공식 논평에서 석방 합의 보도를 강하게 부인하지 않은 점은 긍정적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또 석방 협상에 뚜렷한 진전이 있음을 시사하는 정부 당국자들의 비공식 발언도 잇따른다.

인질들을 억류하고 있는 압둘라 탈레반 사령관의 인터뷰는 사태 해결 전망을 훨씬 밝게 한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협상은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장 피랍자들이 풀려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타결의 실마리를 확보한 듯한 분위기가 강하다. 사태의 조기 해결을 바라는 탈레반의 한국과 아프간 정부 압박을 위한 선전전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전과는 발언의 내용이 사뭇 다르다.

한국 협상단이 25일 저녁(현지시각) 피랍자 7명과 직접 전화 통화를 해 이들의 건강 등을 확인했다는 압둘라의 말도 눈길을 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협상 진전과 연결짓기에 충분하다. 협상 진전도 없고, 인질의 건강이상설도 나오지 않는데 느닷없이 이 시점에서 인질들과 전화를 할 이유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특히 탈레반이 제시한 핵심 조건인 수감자 석방에서 양쪽이 돌파구를 찾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탈레반은 인질 석방과 탈레반 수감자 맞교환 방안을 요구해왔고, 한국 협상단은 우리 권한 밖의 사안이라고 맞서왔다. 압둘라의 얘기에 비춰 보면, 정부 쪽은 아프간 정부의 사면 가능성을 제시하며 탈레반 쪽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면 시기와 방식으로는, 이슬람 최대 명절(9월13일~10월13일)인 라마단을 앞두고 통상 있어왔던 ‘특별사면’ 형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슬람권에서 라마단은 ‘용서와 자비의 한 달’이다.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양쪽 모두에게 라마단을 앞둔 지금이 인질과 수감자 석방의 명분을 살릴 최적기가 될 수 있다.

관건은 탈레반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준의 수감자 사면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아프간 정부가 검토하는 노약자 사면은 탈레반의 요구와는 거리가 있다. 때문에 정부가 이들 양쪽의 간극을 어떻게 메워 절충점을 찾을 것인가에 협상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부 핵심 당국자와 탈레반 사령관이 앞으로 며칠이 고비라고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데 비춰 볼 때, 현재 이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탈레반이 인질 석방 조건으로 1인당 10만달러씩 몸값을 요구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것 또한 탈레반 쪽이 수감자 석방의 요구를 낮추는 대신 ‘실리’를 찾으려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관측을 낳고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