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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열풍''에 ''저타르 담배'' 사는 사람들

자유행동 2007. 8. 25. 17:57

저타르 담배는 기분만 웰빙

건강 관심 커져 매출 급증했지만


깊이 빨게 돼 몸에 나쁜건 똑같아

  • 올 들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담배는 KT&G의 ‘에쎄 라이트’다. 이 담배의 타르 함량은 4.5㎎. 프랑스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보로 레드(10㎎)’나 중국의 베스트셀러 ‘바이샤(12㎎)’에 비해 타르 함량이 절반 이상 낮다. 담배 취향이 한국과 가장 비슷하다는 일본의 베스트셀러 ‘마일드 세븐 슈퍼 라이트’(6㎎)에 비해서도 25% 낮은 숫자다. KT&G의 이정훈 과장은 “한국 흡연자들은 외국에 비해 순한 담배를 선호한다”며 “2002년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흡연자들이 저타르 담배를 많이 찾는다”고 밝혔다. KT&G가 국내에 판매하는 40가지 담배 중 타르 함량이 3㎎ 이하인 ‘저(低)타르 담배’는 15가지나 된다.



    저타르 담배는 무엇일까

    ‘저타르 담배’란 담배 한 개비의 연기에 든 타르 함량이 낮은 담배다. 타르는 담배의 맛을 좌우하는 성분인 동시에 폐암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연기 중 타르 농도가 옅어지면 담배 맛이 순하게 느껴진다. 저타르 담배가 흡연자들 사이에서 순한 담배로 통하는 이유다.

    타르 함량 얼마부터 저타르 담배로 분류하는지에 대한 국제적인 기준은 없다. KT&G 홍보실은 “타르 함량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만큼 지금은 타르 함량 3㎎ 이하를 저타르, 1㎎ 이하를 초저타르로 구분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국제표준기구(ISO)의 방식으로 타르를 측정한다. 끽연기계(담배 연기를 빨아들이는 기계)로 1분에 1번, 2초 동안 35㎖씩 담배가 꺼질 때까지 연기를 빨아들인다. 담뱃불이 꺼졌을 때까지 기계에 모인 타르의 양이 그 담배의 ‘타르 함량’이다. 이렇게 측정된 타르 함량이 3㎎이하면 저타르 담배다.



  • 왜 많이 팔릴까

    2007년 KT&G가 판매한 담배 중 저타르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46.6%다. 2002년부터 1.8%에 불과했던 저타르 담배가 불과 5년 만에 담배 시장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게 됐다.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 박재항 소장은 저타르 담배가 국내 시장을 제패한 이유를 “KT&G의 마케팅 승리”라며 “KT&G가 ‘외산 대 국산’으로 구분돼 있던 담배시장을 저타르·초저타르 등으로 세분화시키고 저타르 담배 시장에 ‘더원(The One)’ ‘에쎄 순(Esse 純)’같은 덜 해로운 느낌을 주는 이름으로 담배를 출시해 웰빙 열풍을 잘 활용했다”고 말했다.

    외국 담배 회사들도 KT&G의 성공을 좇아 한국 시장에 저타르 담배를 쏟아냈다.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은 이달 초 타르 함량이 0.3㎎인 담배까지 출시했다. 이는 필립모리스가 전 세계에 출시한 담배 중 가장 타르 함량이 낮은 담배다.



    덜 해로울까

    ‘맛이 순한’ 저타르 담배는 과연 몸에 덜 해로울까. 국립 암 센터 금연 클리닉 책임 의사인 서홍관 박사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서 박사는 “저타르 담배란 담배 필터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연기에 공기가 섞이게 만든 것이지 타르 자체를 제거한 것이 아니다. 기계로 측정할 때는 타르가 조금 나오지만 사람이 담배를 피울 때는 구멍을 손가락이나 입술로 덮어 타르를 더 많이 흡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캐나다 방식’은 국제표준기구 방식이 가진 이런 문제점을 보완해 필터에 뚫려있는 미세 구멍은 모두 막고 30초에 1번씩, 2초 동안 55㎖의 연기를 흡입해 유해 성분을 측정한다. 이렇게 측정하면 현재 국내에서 쓰이는 방식에 비해 3배 정도 많은 타르가 검출된다.

    금연운동협의회 김일순 (전 연세대 의대교수) 회장은 “저타르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은 더 자주, 더 깊게 연기를 빨아들이는 ‘보상 흡연’을 하기 때문에 도리어 몸에 더 해로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설사 타르를 덜 빨아들인다고 해도 담배 연기에는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등 40여 가지 발암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에 몸에 안 좋기는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저타르 담배도 다른 담배와 마찬가지로 유해하다는 것은 담배 회사도 인정한다. JTI 코리아는 지난해 11월 ‘안전한 담배는 없습니다’란 제목으로 저타르 담배의 유해성을 알리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은 한국어 홈페이지를 통해서 ‘저타르 담배도 다른 담배와 마찬가지로 유해하며, 담배의 해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담배를 끊는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