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게시판

[디워] 할리우드식 마케팅 타고 ''승천하는 이무기''

자유행동 2007. 8. 16. 16:42
할리우드식 마케팅 타고 '승천하는 이무기'

[스크린 스코프] D-WAR
①12세 관람가→'최다 관객' 밑거름
②개봉후 완구 계약→'몸값' 불리기
③영어 대사→ 미국 1,500개 개봉관

“이무기는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우리 고유의 콘텐츠다.”

심형래 감독의 이 말로 <디워>(감독 심형래ㆍ제작 ㈜영구아트)의 마케팅이 한 마디로 정리된다. 심형래 감독은 세계를 겨냥한 CG 영화로 <디워>를 만들었고 이는 이전의 한국 영화들과 뚜렷한 차별점을 갖는다.

<디워>는 통상 상품으로서 영화의 가치를 따질 때 관객수, 즉 티켓 판매 수익과 비디오 판권 정도로 계산되었던 다른 영화와 판이한 가치를 갖는다. 관객에게만 소구해 왔던 여타 영화들과 달리 <디워>의 소구점은 해외 관객과 어린이 소비자까지 다채롭게 뻗치고 있다.

‘이무기’라는 콘텐츠로 티켓값 외에도 영화 판권, 캐릭터 용품 저작권 등 다채롭게 부가가치를 생산해내고 있다. <디워>는 관객 동원 뿐 아니라 한국 영화 마케팅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디워,거침없이 하이킥

<디워>는 개봉 초기 심형래 감독의 학력 논란, 애국주의 마케팅 등 감성 마케팅 논란 등을 뚫고 개봉 14일째인 14일 600만(배급사 집계) 관객을 넘어 파죽지세로 뻗어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이달 중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디워>는 개봉 전 이미 미국에 수출을 완료했다. 미국 배급사 프리스타일은 일찌감치 미국 내 1,500여개의 개봉관을 약속했고 미국 관계자들은 “<고질라>보다 훌륭하다”는 찬사를 받았다. 심형래 감독은 현재 미국을 방문해 2,000개 개봉관에 <디워>를 걸겠다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디워>와 관련된 상품 문의도 끊이지 않고 있다. <디워>제작사 ㈜영구아트측은 “영화가 개봉하기 전과 달리 요즘은 완구업체에서 <디워>의 캐릭터를 만들라고 연락이 많이 온다.

캐릭터가 그려진 문구 연필 등 팬시 용품도 생각하고 있으며 올 가을 만화와 스토리북 등도 계획 중이다”고 밝혔다. <디워>에 출연하는 부라퀴 샤콘 불코 등 캐릭터는 조만간 일반 보급형과 마니아용 등 다양한 버전으로 만들어 판매할 예정이다.

#디워,할리우드식 발상

<디워>는 기존 한국 영화의 마케팅을 완전히 뒤집었다. 거액의 개런티를 주고 스타 배우를 영입하는 메이저 영화들과 달리 유명 스타는 출연하지 않는다. 개봉 전 주연배우의 인터뷰, 예능 프로그램 출연,각종 업체와의 이벤트라는 마케팅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디워>는 이무기가 주인공이다. 제이슨 베어, 아만다 브룩스 등 국내에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배우가 출연해 영어로 대사를 했다.

전생 장면에서는 잠깐이지만 한국 여자와 남자도 등장하고 ‘여의주’ ‘이무기’ 등의 한국어가 영어 대사 속에서 쓰이고 엔딩곡은 아리랑이다. 하지만 <디워>는 전반적으로 철저히 할리우드 문법을 따랐다.

괴물이 주인공을 위협하고 도망치던 남녀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것이나 현란한 영화 CG와 시가전 장면으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식은 한국영화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지만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매우 자주 등장한다.

심형래 감독은 이처럼 철저히 할리우드 발상과 문법을 벤치마킹했다. ‘12세 관람가’로 영화를 만든 것도 그런 ‘계산’의 하나였다.

심형래 감독은 제작보고회 자리에서 “역대 미국 흥행 영화를 보면 모두 12세 관람가다. 12세 관람가가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을 수 있는 등급이다”고 말했다.

<디워>의 빈약한 플롯이 지적을 받았을 때에도 “미국에서 <스파이더맨>을 보고 미국 배급자에게 ‘왜 줄거리가 매끄럽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So What(그럼 어때서)? 돈 벌었잖아’라고 하더라”며 <스파이더맨> <트랜스포머> <킹콩> <쥐라기 공원>의 줄거리를 줄줄 읊은 뒤 코믹하게 “왜 나만 갖고 그래”라고 했다.

물론 다음 작품에서는 보완하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지만 심형래 감독이 철저히 할리우드식 흥행 문법을 공부하고 이를 충실히 따랐다는 점이다. 아리랑 등 논란이 되는 애국주의 코드는 사실 양념 정도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디워>는 관객수에 연연하는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이익 창출 방법을 고민하게 만들 것이다. <디워>가 미국에 수출된 가격은 정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디워>는 상당한 호평을 받고 한국 개봉 전 수출이 됐다.

심 감독이 “전세계 80%를 할리우드가 장악하는 데 우리 영화는 잔인할 정도로 참패했다. 10만 달러, 20만 달러를 받고 수출했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그래서 아예 세계를 겨냥해 영어 대사를 썼다”고 밝혔다.

<디워>의 또 다른 수익 창출 지점은 캐릭터 상품이다.

로보트 태권V가 30년이 지나 새로 시작되고,일본 완구회사에서 시작된 캐릭터가 <트랜스포머>라는 블록버스터로 탄생하고 있는 마당에 심 감독은 한국의 이무기라는 컨텐츠를 내세워 캐릭터 시장을 넘보겠다는 것이다.

영화 개봉 전 완구 계약을 하지 않은 것도 보다 높은 가격으로 계약을 하기 위해서였다.

<디워>의 배급사 쇼박스㈜미디어플렉스측은 “<디워>는 한국 영화의 손익분기점 계산 방식으로 정산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300억원의 순제작비는 1,000만명 이상이 들어야 이익이 난다는 산술적인 계산은 가능하지만 <디워>는 미국 영화 수출 및 부가판권 등의 가치까지 포함해 보다 복잡한 이익 정산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어떤 의미에서 심 감독은 할리우드에서는 흔하지만 한국영화계에서는 블루오션인 영화 CG의 세계를 뚝심있게 공략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