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어부 부부의 ''충격 동영상''…''대사관녀'' 또 떠올라
1975년 납북된 오징어 잡이 어선 ‘천왕호’의 사무장 최욱일(67)씨가 31년만에 북한을 탈출한 뒤 한국정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중국 선양(瀋陽) 한국영사관이 최씨 부부의 간절한 도움요청을 홀대한 것으로 확인돼 물의를 빚고 있다.
영사관측은 최씨의 전화 도움요청에 수차례 ‘전화돌리기’로 책임을 회피했고,담당자 마저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냐”고 오히려 최씨에게 따지기 한 것으로 드러나 네티즌들은 ‘제 2의 대사관녀’파문이 아니냐며 질타하고 있다.
지난 1998년 탈북해 귀국했던 국군포로 장무환씨의 절박한 도움 요청을 쌀쌀맞게 거절했던 이른바 ‘대사관녀’파문으로 지난해11월 외교통상부가 공식 사과까지 했지만 정부의 탈북자에 대한 미온적 대응과 책임회피는 변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달 말 중국으로 탈북한 최씨는 지난달 31일 중국 모처에서 부인 양영자(66)씨와 31년만애 해후한 뒤 지난 2일 선양 한국 영사관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최씨는 영사와 직접 통화를 하길 원했지만 교환원은 영사가 아닌 다른 부서로 연결했다.
최씨가 자신은 1975년 동해상에서 납북됐다가 탈북해 중국에 나와있다고 여러 차례 설명했지만 영사관 직원은 “우리는 동북 3성 한국인 사건사고를 다루는 곳이지 탈북자 문제를 다루는 곳이 아니다” “납북자 문제는 다뤄본 적이 없다” “탈북자 담당을 연결시켜주겠다”는 등의 답변만 되풀이했다.
보다 못한 최씨의 부인 양씨가 최씨 대신 “탈북자가 아니라 한국인이다” “통일부와 외교부에 구명 요청 공문을 보냈는데 받지 못했느냐”고 묻자 영사관측은 “그런 문건을 받은 적이 없다” “상부의 지침이 없었다” “한국 정부에 전화하라”는 등의 말만 반복하며 탈북자 담당부서로 전화를 돌렸다.
그러나 탈북자 담당부서란 곳에서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시 수 차례 영사관측에 전화를 했다. 그제서야 영사관측에서는 탈북자 담당자 휴대전화 번호를 가르쳐줬다. 최씨는 이 탈북자 담당자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자신의 신분을 밝히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 담당자는 “제 전화번호 어떻게 아셨어요” “누가 가르쳐줬느냐”고만 따졌다.
이같은 통화내용은 조선일보가 단독으로 취재한 최씨의 동영상에 그대로 나와있다. 휴대전화 통화이기 때문에 대사관 직원의 정확한 응답내용은 녹음되지 않았지만 최씨의 답변을 통해 영사관 직원의 답변은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동영상에 따르면 최씨는 “고향 한국으로 돌아가야(한다는) 상당한 각오를 가지고 지금 현재 공화국(북한)을 탈출해서 여기 와있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영사관 직원의 대답을 들은 최씨는“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냐구요.어떤 분이 가르쳐 줬냐구요”라고 영사관 직원의 질문을 그대로 되묻는다. 이 직원이 “제 전화번호 어떻게 아셨어요” “누가 가르쳐줬느냐”고 최씨에게 오히려 질문한 것이다.
이어 부인 양씨가 전화를 바꿔 사정을 설명했지만 이 담당자는 “한국인이냐”고 재차 물었다. 양씨는 “진짜 한국분”이라며 “어떻게 해서든 꼭 좀 도와달라”고 눈물로 하소연했다.
그러나 이 담당자는 또 다시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으며 영사관으로 전화하라고 했다. 양씨가 재차 정부에 공문을 보냈다고 했지만 이 담당자는 “10분 후에 다시 영사관으로 전화하라”고 했다. 최씨가 10분 후에 다시 전화를 해서야 이 담당자는 최씨의 생년월일 등을 묻고 회의 후 다시 전화 주겠다고 말했다.그러나 영사관측에서는 3일 오전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cytherean’란 네티즌은 “대사관녀가 생각난다”며 “북한을 탈출한 국군포로한테 짜증내더니 한국정부 하는게 그렇지 뭐”라고 자조했다.
‘cody2’는 “최욱일씨는 일반적인 탈출인과는 다르며,엄연히 한국사람이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조치해야 한다”며 “만약 북으로 다시 끌려간다면 한국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대해 국민들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 75년 8월 동해상에서 조업중 납북된 오징어 잡이 어선 ‘천왕호’의 사무장으로 지난달 22일 함경북도 김책시 풍년리를 출발,24일 함북 회산에 도착,25일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출했다. 최씨는 중국으로 향하던 중 교통사고로 오른쪽 이마위 8바늘을 꿰매는 등 사선을 넘어 31일 31년만에 부인 양씨와 만났다.
앞서 외교통상부는 지난 1998년 북한을 탈출한 국군포로 장무환씨가 주중 한국대사관에 전화로 도움을 요청했으나 대사관 여직원에게 거절당한 사건이 지난해 11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재방송되면서 이른바 ‘대사관녀’파문으로 확산되자 공식사과했다. 당시 장씨는 한국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나 국군포로인데 한국대사관 맞습니까”라고 하자 대사관 여직원은 “맞는데요”라고 대답한 뒤 장씨가 “좀 도와줄수 없는가 해서…”라고 하자 “아 없어요”라고 퉁명스럽게 답한 뒤 전화를 끊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