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생활의 적 ‘냉대하’, 꽉 끼는 청바지, 미니스커트 피하세요
결혼 2년째를 맞은 30대 주부 A씨는 남편과 잠자리를 할 때 마다 많은 양의 냄새가 있는 분비물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속옷을 자주 갈아입어도 보고, 하루에도 몇 번씩 씻어도 보았지만, 냄새가 없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심해지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남편이 밖에서 바람을 피우고 나한테 몹쓸 병을 옮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남편을 의심도 해보았지만, 산부인과 검사결과는 뜻밖에도 ‘냉대하’였다.
냉대하란?
원래 여성의 생식기는 각종 분비되는 점액들로 인해 촉촉하게 젖어있다. 이 분비물은 생리 주기에 따라 양이 달라지는데, 생리가 끝난 후에는 그 양이 적다가 배란기 전•후로 맑고 끈적이는 액이 분비되고 배란기 이후는 다시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정상적인 분비액은 생식기 밖으로는 흘러나오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맑은 색을 띠고 냄새가 없어야 한다. 간혹 배란기 전•후로 좀 흘러나올 수는 있지만, 그 이후의 시기에는 나오지 않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것이 많이 흘러나오는 것을 ‘냉대하’라고 한다.
냉대하가 생기는 이유
원래 여성의 생식기 주위는 습하기 쉬운 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꽉 끼는 옷을 입어서 통풍을 막거나 청결하지 못하게 관리되어 균이 들어가게 되면 냉대하가 생기는 것이다.
성관계를 통해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성병이 있을 때에도 특이한 성상의 냉대하가 나타날 수 있다.
온갖 종류의 화학 성분의 일회용 생리대도 질 내 상태를 좋지 않게 하고 이로 인해 염증이 생기기 쉽다. 냉대하가 많은 여성들이 애용하는 팬티라이너는 더 문제다. 얇고 편해서 좋지만 이로 인해 냉대하는 줄어들지 않고 더 악화가 된다.
잦은 세정도 문제를 일으키기는 마찬가지다. 여성의 질 내부는 약산성을 띠고 있는데 대부분의 비누나 세정제는 약알카리성이나 중성으로 질 내부의 산도가 깨지게 되면 정상 세균이 아닌 다른 세균이 번식하기 쉬워진다. 이로 인해 염증이 생기고 냉대하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또한 임신을 하면 호르몬의 영향으로 자궁과 질이 부드러워지며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하루에 2~3번이나 속옷을 갈아입어야 할 정도로 점액이나 분비물이 많이 나오게 된다.
대개의 냉대하는 휴식 취하면 좋아져
대개의 세균성 질증에 의한 냉대하는 휴식을 취하며 기다리면 질 내 유산균들이 자라면서 질 안이 산성으로 되어 저절로 좋아진다. 그러나 냉대하가 유난히 끈적거리거나 냄새가 심하고, 또 색깔이 변하면 세균성 질증에 의한 냉대하가 아닌 병균성 질염을 염려해볼 수가 있다. 생리가 끝나고 난 후 2~3일간은 누런색액체와 함께 심한 악취가 나면서 부부관계 후 남편이 짜증낼 정도면 확실한 비정상적인 냉대하로 봐야한다.
특히 곰팡이균, 즉 무좀균과 같은 균들은 항상 상주하고 있는 균들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조금만 잘못하면 다시 재발하곤 한다. 칸디다성 질염으로 불리는 이런 곰팡이에 의한 질염은 증상은 약간 누렇고 두부찌꺼기 같은, 또는 치즈 가루 같은 냉이 나오며, 2차로 세균이 감염되면 냉이 심해지고 아주 가렵다. 이럴 때는 반드시 병원에 가서 치료받고 약을 복용해야 한다. 치료법은 항진균제 치료약을 질 내에 매일 삽입하고 외음부에 항진균제류의 연고나 크림을 바르면 된다.
올바른 생활습관이 냉대하 예방의 기본
이런 냉대하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몸에 꼭 끼는 바지나 거들을 삼가야 하고, 항상 외음부를 청결하게 하여야 하며, 과로를 피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또 성관계 전•후로 청결을 유지해야 하며, 성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상대와는 피하거나 콘돔을 사용하는 것도 요령이다.
대변을 본 뒤 앞에서 뒤로 닦아주는 것은 기본이다.
일회용 생리대나 팬티라이너가 의심된다면, 귀찮더라도 면생리대로 바꾸는 것이 좋다.
질 세정시 비누보다는 식초를 몇 방울 섞은 물로 세정하거나 전용 세정제를 사용하는 센스를 갖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하루 1번 이상 너무 뒷물을 자주 하면 냉대하가 오히려 악화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을지대학병원 산부인과 양윤석 교수는 “냉대하가 심할 경우에는 부부관계를 금하고 찬 음식, 음료수, 주스, 과일, 돼지고기, 밀가루 음식을 삼가야 한다”고 말하며 “또 날씨가 추울 때에는 짧은 스커트나 과도하게 얇은 옷을 입어서 찬 기운에 노출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냉대하 예방과 원활한 부부생활을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양윤석•을지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 / 자유행동 이미지 및 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