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녀 사건, 그 난리 날때 네이버 어떤 책임 졌나
이승희 의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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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승희 의원(50·비례대표)이 신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이 법안의 핵심은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 사이트를 언론(인터넷 신문)으로 규정하는 내용. ‘인터넷 신문’의 정의 중 ‘독자적 기사를 생산해야 한다’는 부분을 삭제했다. 이 의원은 “조만간 개정안을 당론으로 확정한 이후, 정식으로 발의할 예정”이라며 “포털은 언론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지기 싫으면, 현재의 뉴스 서비스 구조를 전면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네이버와 다음은 언론사로부터 기사를 받아 배치할 뿐이지 언론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런 표면적인 주장과는 달리, 포털은 메인페이지(첫화면)에 자사의 구미와 이해에 맞아 떨어지는 기사를 강조해서 배치하거나, 선정적인 기사 게재 경쟁을 벌여 독자를 유인하는 등 실질적인 언론 역할을 해왔다. 만약 이 의원의 개정안이 통과되면 포털은 다른 언론사처럼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21일 국회에서 기자를 만난 이승희 의원은 “요즘 포털은 언론”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사로부터) 제공 받은 기사들을 구미에 맞게 배치하고 편집하지만 여기에 대한 책임은 거의 지지 않는다”며 “세계 어느 나라를 둘러봐도 우리나라처럼 포털이 언론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이 의원 주장의 핵심은 포털이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인가와 뉴스 관문 역할에만 충실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구글 뉴스처럼, 모든 언론사가 생산하는 뉴스를 단순히 아웃링크(outlink·마우스로 누르면 해당 언론사 사이트의 기사로 이동하는 것) 하든가, 아니면 언론사가 공급한 뉴스에 편집 작업을 하지 말고 시간 순서대로 단순 배열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 의원은 신문법을 다루는 국회 문광위 소속이 아니다. 정무위 소속이다. “왜 이 법안을 발의했느냐”고 물었다. 그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웃었다. “포털이 겁나서 아무도 손을 안 대니까, 저라도 총대를 메야죠. 이미 포털에서 제 이름을 치면 검색이 잘 안 돼요.”
― 요즘 포털의 문제는.
“겉으로는 공정하다고 말하는데, 실제로는 전혀 공정하지 않다는 데에 있다. 교묘히 ‘편집권’을 행사하고 있고, 그게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기사 배치, 제목 수정, 검색기 조작 등을 통해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다.”
―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가.
“개똥녀 사건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작은 사건 하나가 일파만파 퍼져나간다. 얼마 전 ‘대구 술자리 파문’의 주성영 의원(한나라당) 사건을 봐도 알 수 있다. 결국 법원에서 주 의원이 무고하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그 당시엔 포털을 중심으로 엄청난 문제가 됐었다. 지난 지방선거 때도 마찬가지다. 포털은 교묘히 (정치적) 선호도를 드러내지만 ‘언론’이 아니라는 이유로 전혀 선관위 제재를 받지 않는다.”
― ‘독자적 기사를 생산해야 언론’라는 신문법 조항이 없어져야 하는 이유는.
“2004년에 낸 신문법 입법안에는 인터넷신문의 요건으로 ‘독자적 기사 생산’ 조항이 없었다. 언론으로서 규제는 피하면서 포털의 영향력은 유지하고 싶은 사람들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요즘 같은 뉴미디어 시대에는 꼭 기사를 자체적으로 생산해야 언론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요새 포털이 행사하는 편집권도 중요한 언론 기능이다.”
― ‘독자적 기사 생산’ 조항을 삭제하면 수많은 사이트들이 졸지에 ‘언론’이 된다.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언론처럼 대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 만약 포털이 언론이라면 무엇을 갖춰야 하나.
“무엇보다 언론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누가 편집을 하고 있는지 밝혀야 한다. 지금은 누가 어떤 권한을 가지고 어떻게 편집하는지 모르고 연락할 전화번호도 없다. 언론이라면 당연히 언론중재법상 정정보도청구권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 다른 의원들이 준비 중인 포털 관련 법안은 어떤 것인가.
“‘포털’의 지위를 명확히 한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포털을 ‘언론’으로 확실히 하던가, 아니면 구글처럼 순수하게 ‘관문’ 역할만 하게 하던가 둘 중 하나는 확실히 해야 한다”
― 이런 법안들이 내년 대선을 준비하는 ‘포털 길들이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건 어떤 정치 세력이 더 유리하냐는 문제가 아니다. 포털이 친여냐, 반여냐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포털이 막강한 권력을 가진 언론이 됐고, 이제 그에 맞게 제어하자는 것이다. 종이신문에는 그렇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왜 포털은 자유롭게 놔두는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 법안을 발의하게 된 계기는.
“포털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서 서서히 문제를 인식하게 됐다. 올해 초부터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 위해 준비했다. 6월에는 관련 공청회도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