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발견된 화성
“생명체 근거 ‘유기분자’ 찾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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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의 얼음에서 물 성분을 확인한 미국 화성 탐사로봇 ‘피닉스’가 9월 말까지 탐사 임무 기간을 5주 더 연장했다.
사진은 피닉스의 태양전지판과 땅을 팔 때 쓰는 로봇팔.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물은 지구 행성에만 있지 않았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이 지난달 31일 화성 탐사로봇 피닉스가 화성에 물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화성의 환경과 생명체에 더 큰 관심과 상상이 쏠리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번 발견의 의미는 이미 알려진 화성 얼음을 녹여 물 성분을 직접 확인했다는 것”이라면서도 “생명체의 직접 증거는 아니지만 생명의 흔적이 발견될 가능성은 더 커졌다”고 말한다. 또 미래 인류의 개척지로서 화성의 의미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피닉스 생명체 발견 임무 박차.
‘유인탐사’ 목소리도“화성대기 96% 이산화탄소…가능성 희박” 회의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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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의 물 어디서 왔을까? 이번 발견으로 물이 태양계의 여러 행성들에 존재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초엔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수성에도 얼음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논문을 실은 바 있다.
김봉규 한국천문연구원 대덕전파천문대장은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이고 산소는 화학반응이 뛰어난 원소이기에 두 원소가 결합한 물(H₂O)은 우주에서 흔한 물질 중 하나”라며 “피닉스의 발견은 이런 사실을 새삼 확인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물은 어디에서 생겨났을까? 지금까지 과학계에서 제시된 가설은 두 가지다.
하나는 원시 행성에서 화산이 대규모로 폭발할 때 행성 내부에서 분출해 생겼다는 설이다. 김준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화산 분출 때 나오는 물질의 성분은 물이 70~80%나 되며 이산화탄소는 10% 정도”라고 말했다.
화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높은 ‘올림푸스 화산’(높이 27㎞)을 지닌 행성이다. 다른 하나는 지구의 물이 행성 밖에서 공급됐다는 가설이다.
‘얼음덩어리’ 혜성이 지구와 충돌해 엄청난 양의 물을 보탰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화성에도 물이 있다는 건 이런 혜성들이 여러 행성에 물을 공급했다는 가설을 더 강화시켜준다”고 풀이했다.
반면 김봉규 천문대장은 “물은 태양계 초기에 이미 널리 존재했기에 혜성 충돌이 물을 공급했다고 보는 가설과 연결하는 건 섣부르다”고 말했다.
■ 화성 생명체 논란은 계속 김봉규 천문대장은 “이번에 발견된 건 물 자체가 아니라 물 성분의 얼음”이라며 “녹아 있는 물이 있어야 세포 안팎으로 화합물도 전달하고 단백질 작용에 촉매 구실도 할 수 있기에 이번 발견만으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먼 과거의 ‘더운’ 화성에 흐르는 물이 있었다면 옛 생명의 흔적을 발견할 가능성은 높아졌다. 그는 “이런 점에서 앞으로 피닉스의 제1임무는 생명의 근거인 ‘유기분자’를 찾아내는 일”이라고 내다봤다.
오태광 미생물유전체 활용기술개발사업단장은 “지구 미생물 중엔 산소가 없어도, 또 강한 우주방사선을 쪼여도 생존하는 미생물들이 있다”며 현재 화성에 생명체가 없다고 단언할 순 없다고 말했다.
김준 교수는 화성 생명체 가능성에 회의적 태도를 나타냈다. 지구 역사를 볼 때 원시생물인 해양 박테리아들이 호흡과 대사 과정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면서 현재 지구의 산소(20%) 대기를 만들어냈는데 그 과정은 35억년 가량 걸렸다.
김 교수는 “대기의 96%가 이산화탄소인 화성에 미생물이 존재하거나 존재했다면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꿔나가는 원시단계라 볼 수 있다”며 “하지만 그 가능성은 지극히 낮거나 미생물이 있다 해도 매우 적은 수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지금 화성의 땅속에 미생물이 살아 있어 화학에너지로 살아간다면 ‘일산화탄소(CO)+수소(H)’의 발열반응을 이용할 텐데, 이럴 땐 지금의 화성 대기의 구성비가 나타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 ‘화성 유인탐사’ 목소리 커질 듯 물얼음에선 숨 쉴 때 필요한 산소와 액체산소 연료도 얻을 수 있기에 ‘물 있는 화성’의 몸값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인탐사 때 화성에 가져갈 짐이 크게 줄기 때문이다.
최기혁 항공우주연구원 우주과학팀장은 “현재 2030년대로 미뤄진 미국의 화성 유인탐사를 앞당기자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도 있다”며 “유인탐사선이 가기 전에 미리 로봇공장을 화성에 설치해 물과 산소, 연료를 만들어 비축하려는 계획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화학연료를 쓰는 지금의 우주선으론 화성까지 가는 데 7~8개월 걸린다”며 “화성 여행 기간을 3개월로 줄일 수 있는 원자력우주선 같은 새 기술을 개발하자는 목소리도 다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