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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봉쇄·장대비도 막지못한 ‘1만 촛불’

자유행동 2008. 7. 13. 03:11

원천봉쇄·장대비도 막지못한 ‘1만 촛불’


청계광장 66번째 촛불문화제



12일 오후 경찰이 서울시청 광장을 원천봉쇄해 촛불문화제 참가시민들이 도로에서 행진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시민들 4시간 거리행진…“문화제보다 행진”
“와이티엔 사수” 집회…진압 소식에 다시 시청으로

시민들은 시청 앞 도로에서 경찰과 대치하는 대신 <와이티엔>(YTN)으로 이동해 정리집회를 열기로 했다.

 11시55분. 태평로 앞에서 시민들의 원탁회의가 벌어졌다. 최영준 대책회의 조직팀장은 “지금 시민들의 숫자가 많지 않고 경찰이 1시간 후면 진압할 가능성이 커 많은 시민들의 희생이 커질 수 있다”며 “차라리 <와이티엔> 앞으로 가 항의시위를 하고 거기서 정리집회를 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최 팀장 주변에는 깃발을 든 시민 20여명 등 100여명이 귀를 쫑긋 세웠다. 시민들은 최 팀장의 제안에 “예”라고 동의를 표했다.

그 순간 전경버스 뒤에서 “지금 당장 해산하라”는 경고방송이 나왔다. 다만 한 시민은 발언 기회를 얻어 “와이티엔으로 그는 것은 좋지만 미리 해산을 결정하지는 말자”고 제안했다.

시민들은 거리 행진을 벌이면서 “이명박은 물러나라, 어청수는 물러나라, 최시중은 물러나라”를 끊임없이 외쳤다. 이른바 ‘물러나라 3종세트’다.

  13일 새벽 12시15분. 시민들이 <와이티엔> 앞에 도착하니, 미리 촛불집회를 열고 있던 70여명의 시민들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거리의 악사들은 멜로디언 등의 악기로 <흔들리지 않게>를 연주하며 흥을 돋았다. <와이티엔> 건물 앞에는 ‘<와이티엔>의 주인은 국민이다. 낙하산 사장 결사반대’라는 펼침천이 비속에 펄럭이고 있었다. 시민들은 <와이티엔> 앞 4차선을 완전히 차지하고 “<와이티엔> 사수”를 외치고 있다.

12시47분. 시민들이 정리집회를 시작하자 <와이티엔> 건물 안에서 직원들이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시민들과 함께하겠다는 뜻이다. 시민들은 “와이티엔 힘내라” 등을 외치며 응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후보 방송담당 상임특보를 지낸 구본홍씨가 와이티엔 사장으로 내정돼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와이티엔은 14일 총회를 열어 구 내정자를 사장으로 선임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와이티엔> 노조가 주주총회를 원천봉쇄하기로 하는 등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13일 새벽 1시. <와이티엔> 앞에서 정리집회를 하던 시민들에게 시청 앞에서 벌어진 급보가 날아들었다. 경찰이 시청 앞에 남아 있었던 시민들을 강제로 인도로 밀어붙이고 차량을 소통시켰다는 소식이었다.

집회장이 일순간 술렁이더니 시민들은 곧바로 일어서 다시 시청으로 향했다. 시청 앞에 도착해보니 시민들은 인도에 흩어져 있고, 교통 경찰은 차량 소통을 돕고 있었다.


1시10분. 다시 모여든 시민들은 태평로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시민들이 격앙된 상태고 경찰도 차량을 소통시켜야 해 경찰과 시민이 충돌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허재현 기자

행진 4시간만에 서울시청 앞 도착
경찰 대한문앞에 저지선…충돌은 아직없어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평일이 아닌 휴일에만 집중집회를 열겠다고 선언한뒤 첫 휴일인 12일 저녁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릴

예정이던 서울시청광장을 경찰들이 버스로 원천봉쇄 하고 있다. 연합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평일이 아닌 휴일에만 집중집회를 열겠다고 선언한뒤 첫 휴일인 12일 저녁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릴

예정이던 서울시청광장을 경찰들이 버스로 원천봉쇄 하고 있다. 연합

11시10분. 시민들은 명동을 돌아 다시 시청 앞으로 왔다. 행진을 시작한 뒤 4시간이 넘었다. 그러나 행진은 여기서 끝이다.

서울광장을 원천봉쇄한 경찰은 프라자호텔과 대한문 사이에 전경버스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전경버스 앞에는 다시 10줄이 넘는 인간 바리케이드가 자리 잡고 있다. 맨 앞줄에 있는 전경들은 무장하지 않은 정복 차림이지만, 뒤에 전경들은 방패 등을 들고 있다. 전경버스 위에 친 차단 막 위 경찰들은 오늘도 카메라를 들고 시민들을 열심히 채증하고 있다.

아직까지 시민과 경찰의 물리적 충돌은 없다. 대신 입씨름은 치열하다.

한 시민은 이명박 대통령이 몇 해전 촛불집회에 참석해 촛불을 들고 있는 사진을 흔들면서 경찰에 항의했다. 그는 “왜 똑같이 촛불집회를 했는데, 이 사람은 안 잡아가고, 우리만 잡아가는 것이냐”고 따졌다.

11시40분. 경찰과 시민들은 별다른 충돌이 없이 현재 평화로운 대치를 하고 있다. 경찰은 아직 해산방송을 하지 않고 있다. 허재현 기자

[현장 3신] “문화제는 그만…막힐 때까지 앞으로! 행진!”
시민들 촛불문화제 거부…곧바로 거리행진

8시30분. 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조계사 앞에 무대차량을 세웠다. 높이가 2미터에 폭이 3미터도 안되는 작은 무대다. 그러나 오늘 66번째 촛불문화제는 결국 무산됐다. 경찰이 막아서가 아니라 시민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촛불문화제 대신 거리행진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한 시민은 “대책회의가 대책이 없다”며 “지난 주말 50만이 모였어도 아무런 변화가 없질 않느냐”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무대차량 주변에서 “앞으로! 앞으로!”를 외쳤다.

대책회의 관계자가 무대차량에 올라 “촛불 문화제를 엽시다. 우리의 기조는 평화입니다. 문화제를 연 다음 행진을 합시다”고 호소했다.

8시40분. 행진을 주장하는 시민들이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대책회의가 태도를 바꿨다. 촛불 문화제 대신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강력하게 행진을 요구한 정보연(51·서울 용산구 후암동)씨는 “이제까지 10여일 시민들이 평화시위를 했는데 경찰은 또 시민 6명을 연행했다”며 “경찰은 원칙을 깨는데 시민들만 평화를 외치고 있다. 갈 수 있는 곳까지 가서 거기에서 평화시위를 하자”고 주장했다.

9시. 시민들은 청와대를 막는 경찰의 제1방어선인 사직터널 앞 차벽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경찰 방어선 앞에서 격해지지 않았다. 차를 흔들지도 않았고, 밧줄로 끌지도 않았다.

대신 타이어의 공기압을 빼는 바람빼기 시위를 벌였다. 10분 뒤 시민들은 뒤로 돌아 종로경찰서를 지나 낙원상가를 거쳐 10시께 동대문운동장 앞에 도착했다.

시민들이 행진하는 동안 하루종일 내린 장대비는 멈추지 않았다. 시민 8000여명도 1킬로미터 정도로 긴 줄을 늘어뜨리며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2달, 66번의 촛불문화제로 다져진 체력과 오기다. 박은경(27·서울 도봉구 쌍문동)씨는 “이명박이 전국민을 거리에서 즐기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이아무개(49)는 “물대포도 맞았는데 이 정도 비는 아무 것도 아니다”고 거들었다.

한편, 오늘 서울 강남역에서도 100여명 누리꾼과 유모차부대가 모여 오후 4시부터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강남역 5번, 6번 출구 주변 인도에 모여 침묵시위를 벌인 뒤 강남 교보문고 앞까지 행진을 벌였다.

6시30분께 집회를 마친 일부 시민들은 지금 와이티엔 본사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집회에 참여했던 임성원(24)씨는 “많은 시민들에게 촛불이 꺼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려고 서울시청이 아니라 강남역 집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10시30분. 시민들은 지도부도 없이 갈림길에 들어서면 토론을 벌이며 무작정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허재현 기자

[현장 2신] 봉쇄된 광장 “민주주의의 숨이 막힌다”
‘촛불승용차부대’ 등장…“다친 시민 수송 책임질것”



12일 오후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항의하는 의미의 리본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경찰이 서울광장 주변과 청계광장 주변을 원천봉쇄하자 시민들은 거리행진에 나서 조계사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6시40분. 청계광장에서 대기하던 2000여명의 시민들은 정동 프란시스코성당에서 시국미사를 마치고 온 성직자들이 들어오자 손뼉을 치며 환영했다.

성직자들은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마태복음 10장 26절)는 성경 구절이 적힌 펼침천을 맨 앞에 들고 있었다.

시민들은 “수녀님 사랑합니다”고 외쳤다. 성직자들은 5분 정도 청계광장에 머물다 주기도문을 낮게 외우면서 인도를 따라 조계사로 이동했다.

7시. 촛불문화제가 시작할 시간이지만 무대차량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때 한 20대 여성이 우왕좌왕하는 시민들의 앞에 섰다.

그는 “우리가 여기에 있으면 고립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종각으로 가자”고 소리쳤다. 시민 100여명은 그를 따라 종각으로 걸어갔다.

같은 시각. 시청 쪽 국가인권위원회 앞 도로에서 열리고 있던 시국 기도회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이 기도회는 광우병 기독교대책회의 김경호 목사 등의 주도로 열렸고, 50여명이 참석했다.

기도회가 끝날 즈음 청계광장에 있던 시민들과 종각에 있던 시민 1천여명 등이 합류했다.

이때 승용차 40여 대가 일제히 월드컵 경적을 울리며 시민들을 격려했다. 이들은 촛불자동차연합에서 나왔다. 그들은 자신을 스스로 촛불승용차부대라 불렀다.

이 모임 김아무개(30)씨는 “시민들이 부상자를 당하거나 차가 끊겨 집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왔다”며 “경찰이 견인을 하겠다고 압력을 넣었는데도 불응하고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7시35분. 순식간에 1만여명으로 불어난 시민들은 프레지던트호텔 앞 도로를 점거한 채 거리행진에 나섰다. 시민들은 을지로를 지나 종로를 거쳐 조계사 앞까지 진출했다.

경찰은 시민들을 특별히 제지하지 않고 교통통제를 도왔다. 거리행진 중 만난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는 “4대문 안으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을 경찰이 검문검색하고 있어 방송차량이 시청주변으로 들어올 수가 없었다”며 촛불문화제가 무산된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시각 종각 상황. 아고라 회원 등 시민 300여명이 동대문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하려다 경찰의 제지로 무산됐다. 이후 시민들은 종로4가와 종각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경찰의 힘을 빼는 게릴라 시위를 벌였다.

8시10분. 거리행진을 벌인 시민들이 촛불 수배자들이 있는 조계사에 도착했다. 박원석 대책회의 상황실장 등 수배자들이 시민들을 맞았다. 박 실장은 “비가 왔는데도 굴하지 않고 여기까지 행진한 것을 보니 놀랍다”며 “이번 일주일이 어려웠는데 의기소침하지 않는 국민의 의지를 확인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오늘도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많았고, 여고생과 청소년들도 눈에 띄었다. 비가 와서 촛불 대신 야광봉 비슷한 것을 흔드는 시민들도 있었고, 어떤 시민들은 장미꽃을 손에 들었다.

시민들은 비가 오고 ‘금강산 피살’ 사건으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도 1만여명이 촛불을 든 것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오늘 ‘긴 호흡 강한 걸음, 5년 내내 촛불이다’라는 빨간색 손팻말을 주로 흔들었다.

김진석(27)씨는 “오늘 1만명이 모인 것은 경찰 폭력이 시민들의 앞길을 막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어제 피살 사건으로 분위기가 경색돼 있는데도 이렇게 많은 시민이 모여 다시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어제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정보 전염병에 걸렸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강하게 반발했다. 고유경(17·안양외고 2년)양은 “우리 누리꾼들은 인터넷을 통해 제대로 된 정보를 빨리 퍼뜨리고 그에 따라 행동하고 있을 뿐”이라며 “허위 정보는 정부가 퍼뜨리고 있고 정부야말로 전염병에 걸렸다”고 말했다.

9시. 시민들은 조계사 앞에 무대차량을 세우고 66번째 촛불문화제를 약식으로 열고 있다.

허재현 기자

[현장1신] 경찰, 서울광장~동아일보앞까지 원천봉쇄
시청역 5번출구에선 방패로…시민과 충돌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평일이 아닌 휴일에만 집중집회를 열겠다고 선언한뒤 첫 휴일인 12일 저녁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릴 예정이던 서울시청광장을 경찰들이 버스로 원천봉쇄 하자 참가자들이 시청광장 옆 국가인권위 앞에서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

66번째 촛불문화제가 열리기로 한 서울시청 앞 광장엔 장대비만 거세게 쏟아지고 있다. 신발이 흠뻑 젖고 살갛을 따갑게 때릴 정도로 매섭다.

경찰은 광장으로 들어가는 모든 길을 막았다. 원천봉쇄다.

시청 앞 광장은 전경버스가 빙둘렀다. 시청에서 동아일보로 이어지는 태평로는 전경버스가 2줄의 벽을 쳤다. 봉쇄된 광장엔 시민이 없다.

김근태 전 민주당 의원은 “광장에 모일 수 있는 것은 시민의 권리다. 시민의 의사가 잘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민주주의다”며 “지금 민주주의는 숨이 막혀 있다”고 일갈했다.

김 전 의원은 부인과 친구들의 손을 잡고 발길을 청계광장으로 돌렸다.

경찰과 시민들의 실랑이는 지하철역 입구에서부터 벌어졌다.

전경 50여명은 광장 들머리에 있는 시청역 5번출구 앞을 방패로 지키고 있다. 지하철에서 내려 광장으로 들어가는 시민들을 막으려는 것이다.

시민들은 경찰에게 “왜 길을 막느냐”고 거세게 항의했고, 경찰은 “이런 식으로 하면 연행하겠다”고 맞섰다. 오후 5시30분께. 청소년단체인 ‘10대연합’ 회원 20여명이 경찰에 항의하다가 2명이 연행됐다 풀려나기도 했다.

시민들은 경찰의 광장 봉쇄에 맞서 전경들이 용변을 보지 못하게 ‘화장실 원천봉쇄’로 맞섰다. 이 과정에서 전경 10여명이 화장실에 갖히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은 전경을 투입해 곧바로 구출작전을 벌였고 시민들과 실랑이는 계속되고 있다.

정아무개(18)양은 “지하철도 광장도 국민들의 것인데 왜 경찰이 막느냐”며 “시위를 무조건 막으려고 하는 경찰이 오히려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시청앞 광장이 막히니 시민들은 어제처럼 청계광장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다. 비옷을 입은 시민 500여명은 광장 주변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집회를 기다리고 있다.

보신각 앞 인도에도 아고라회원 등 100여명이 모여 따로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6시30분. 촛불문화제를 알리는 무대차량도 보이지 않고, 주최쪽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활동가들도 눈에 띄지 않는다.

경찰이 원천봉쇄하면서 오늘 촛불문화제는 7시에 예정대로 열리기가 어려워 보인다. 봉쇄된 광장엔 굵은 장대비가 하루 종일 내리고 있다. 허재현기자 catalu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