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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관광객 알고도 조준발포 했나’

자유행동 2008. 7. 12. 01:59
ㆍ1차 검안결과 등뒤서 날아온 총탄에 맞아

ㆍ'새벽에 홀로 관광통제선 이탈' 납득 어려워


정부는 11일 새벽에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53·여) 피격 사망사건에 대해 북측이 현대아산에 통보한 내용을 중심으로 사건 개요를 발표했다. 그러나 박씨의 행적과 북한군의 대응 등에서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의문점이 많아 철저한 진상규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사건 재구성=지난 9일 일행 3명과 함께 2박3일 일정으로 금강산 관광에 나선 박씨는 10일 내금강 구경을 마친 뒤 관광특구 내 비치호텔에 일행 1명과 함께 투숙했다.



그런데 11일 새벽 오전 4시30분쯤 박씨가 혼자 호텔을 빠져나와 해수욕장 쪽으로 향하는 모습이 호텔 폐쇄회로 TV에 찍혔다. 그리고 30분이 지난 오전 5시 관광통제 울타리에서 약 1200m 떨어진 북측 군사보호구역 초소에서 경계근무 중이던 북한군 초병이 박씨를 발견, 수차례 정지명령을 내리며 경고사격까지 했으나 호텔쪽으로 계속 달아나자 조준해 총을 쏘았다. 박씨가 쓰러진 장소는 숙소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떨어진 곳으로, 해수욕장 관광통제 울타리에서 북측 군사보호구역 안으로 200m쯤 들어간 지점이었다.

현대아산과 일행들이 박씨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는 조짐을 알게 된 것은 오전 7시40분쯤이었다. 현대아산 관광조장이 관광객들을 소집하던 중 박씨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현대아산 금강산사무소 측이 박씨를 찾아 나선 지 1시간40분쯤 지난 오전 9시20분쯤 북측은 박씨의 사망사실을 통보했다.

이후 현대아산이 운영하는 금강산병원 원장과 사무소장 등 5명이 현장을 찾아 시신을 확인했다. 이들은 박씨의 등 오른쪽과 왼쪽 엉덩이 부분에 총탄이 관통한 것을 발견했다. 결국 박씨의 시신은 금강산병원 앰뷸런스에 실려 오후 1시쯤 동해선 남측 출입사무소(CIQ)에 도착, 속초병원에 안치됐다. 속초병원에서의 1차 검안 결과, 박씨는 등 뒤에서 날아든 탄환에 맞아 폐 속에 혈액이 고였으며, 호흡곤란 및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 의문점=박씨가 이른 새벽에 관광구역을 벗어나 왜 북측 군사보호구역에 들어갔는지가 가장 큰 의문점이다. 박씨가 "해변을 보고 싶다"고 일행에게 말한 적은 있지만 실제로 관광통제선을 벗어나 북측지역에 1㎞ 이상 진입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관광통제선을 벗어나려면 2m 높이의 울타리를 타고 넘거나, 울타리가 세워지지 않은 수심이 얕은 해변을 의도적으로 돌아서 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아산 측이 여러 차례 "허가된 곳만 이동해야 한다"고 안전교육을 해온 데다 낮에 육안으로 호텔 주변 북한군 초소 등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박씨의 행적에 의문점이 많다.

북한군의 대응에도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오전 5시면 동이 터올 무렵이어서 박씨가 관광객 차림의 여자인 데다 정지 명령에 놀라 호텔쪽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굳이 조준 발포를 해야 할 이유가 있었냐는 것이다. 또 북측이 사고 즉시 우리측에 알리지 않고 4시간20여분이 지나 현대아산 측이 박씨를 찾고 있는 시점에서야 뒤늦게 통보를 한 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 김재중·이고은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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