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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재범 / 여러분
    가요 and 팝 2011. 5. 22. 22:31


     

    22일 방송된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 새 버전 최종 경연,

    마지막 주자로 나선 임재범의 무대가 피 아노 선율로 시작됩니다.

    임재범은 시작부터가 다릅니다. '네가 만약', 이 단 네 음에 우리 마음은 벌써 젖어듭니다.

    숙명적인 음색입 니다. 곡이 워낙 대곡이라서 그럴까요. 숭고하고 엄숙하고 종교적이기까지 합니다.

    두려웠다고 합니다. 신중현 선생의 '아름다운 강산'을 불렀던 BMK에게 임재범이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건넨 말입니다. 워낙 대곡이라, 이미 편곡이 끝나버린 대곡이라 노래하기가 감당하기가 두려웠다고 합니다. 또한 자기가 불렀다기보다 다른 존재가 자신을 노래하게 하지 않았나 싶다고도 했습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자기 안에 들어와서 노래했나 봅니다.

    대가들이 명작을 만들어냈을 때 종종 접하게 되는 비유법입니다. 화가든 시인이든 스포츠선수든 어떤 창작, 희열의 모먼트에는 자기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하나의 통로로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합니다. 그 무언가의 힘에 이끌려 자신은 텅 비워지는 느낌인가 봅니다.

    임재범이 여전히 나즈막히 속삭이며 허공을 바라봅니다. 그렇게 자신을 비우면서 누군가 들어와 노래할 수 있도록 허락하나 봅니다. 참 애잔한 음색입니다.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형언할 수 없는 탁월한 보컬입니다. 장기호 자문위원이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가창력을 떠나 동물적으로 타고난 감각, 혹은 본능을 보여준다고. 남태정 PD는 '야수가 부르는 처절한 희망의 찬가'라고 했습니다.

    곡이 조금씩 고조되면서 관객들은 눈을 감습니다.

    1절이 끝나자 벌써 우는 여자관객들의 모습이 극적인 효과를 더합니다.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보컬에 더해 '빈잔' 때보다 2배 더 열심히 연습했다고 하니 이런 엄청난 결과물이 탄생했나 봅니다.

    이제 그룹 '헤리티지'의 풍성한 코러스가 더해집니다. 세련되고 웅장한 가스펠 소울 보컬이 더해지며 곡은 점점 클라이맥스로 치닫습니다. 임재범 눈에 눈물이 맺힙니다. 열창은 혼을 싣고 터지고 터져나옵니다. 야수가 울부짖듯 죄인이 속죄하듯 그렇게 노래하던 임재범은 한 쪽 무릎을 꿇고 내레이션을 읊조립니다. 듣는이를 삼켜버릴 것만 같은 강렬한 저음입니다.

    이어 노래는 또 한 번 절정의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관객들의 눈물의 농도는 한층 짙어지고 탄식은 깊어집니다. 열광의 리액션이 화면을 메웁니다. 중저음의 허밍으로 곡을 마무리한 임재범은 "바로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끝으로 혼신의 무대를 마칩니다.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냅니다.

    임재범은 과거 자신의 인생 역정이 노래를 하는데 토양이 됐다며 '나는 가수다'를 할 운명이었다고 했습니다. 또한 '나는 가수다'에서 자신이 가수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고, 노래하는 것이 이렇게 행복하구나 하는 것이 너무 감사했다고도 말했습니다.

    우리는 노래를 듣는 것이 이렇게 행복하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임재범의 역작 '여러분'을 앞으로 도대체 몇 번이나 다시보기를 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임재범은 무대 중 눈물을 보인 것에 대해 친구가 한 명도 없어 그게 순간 그리웠다고 했습니다. 항상 혼자였다고도 했습니다. 그런 숙명적인 외로움이 외로움을 모티브로 한 '여러분'을 만나고 노래하게 했나 봅니다.

    하지만 지금 임재범은 행복해 보입니다. 무대에서 역작을 완성한 후 담담하게 "바로 여러분"이라 말하며 위안을 찾았나 봅니다. 거꾸로 그의 역작에 위안받는 수많은 '여러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임재범이 바친 회심의 '여러분'. 그 주인공인 '여러분'은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조이뉴스24 / 박재덕기자 / 자유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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