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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석방] 숨가빴던 42일…뒷 얘기들종합게시판 2007. 8. 31. 17:24
인질석방] 숨가빴던 42일…뒷 얘기들
42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아마 이렇게 오래 한사건에 매달렸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프간 한국인 피랍사태 해결에 관여했던 외교부 당국자가 탈레반의 손에 남아있던 마지막 인질 7명이 무사히 풀려나게 되자 긴 한숨과 함께 토로했던 말이다.
이번 피랍사태는 한달 하고도 2주 가까이 진행되면서 우리 정부와 국민을 혼란과 공포 속으로 몰아넣음과 동시에 많은 교훈과 화두도 함께 던져줬다.
사건의 파장이 워낙 컸던 탓에 무수한 뒷얘기도 남겼다. 그 일부를 모아 정리했다.
○···"조중표 차관 파견은 금세 의견일치"
외신을 통해 한국인 피랍자 23명이 탈레반에 의해 납치됐다는 소식이 국내에 전해지자 주무부처인 외교통상부의 송민순 장관은 긴급회의를 소집, 누구를 아프간 현지로 보내 대책본부를 이끌 것인가 하는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논의가 시작되기가 무섭게 조중표 제1차관을 보내는 쪽으로 의견일치를 봤다는 게 당국자의 전언이다.
피랍사태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실무적인 능력도 중요하지만 아프간 정부와 여러 우방 대사들을 상대하려면 아무래도 차관급이 현지로 가는게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었다는 것이다.
유사사태를 겪은 다른 나라에서도 대체로 차관급을 현지로 보냈다는 전례도 조 차관의 파견 결정에 한몫을 했다는 후문이다.
조 차관은 파견결정이 내려진 직후인 지난달 21일 카불로 날아가 탈레반측과 안정적 '대화'기반을 조성한 뒤 지난 19일 귀국했다.
○···탈레반과의 안정적 '협상 국면' 조성 배경
탈레반은 피랍사태 초기인 지난달 26일 배형규 목사를 무참히 살해한데 이어 심성민씨의 목숨까지 빼앗으며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그 후 다행스럽게도 추가 인질살해 행위를 자제하고 우리 대표단과의 물밑 협상에 응함으로써 살얼음판 위의 안정 국면이 형성됐다.
탈레반의 태도가 바뀌게 된 배경을 놓고 정부 당국자들은 여러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은 한국인 피랍사건이 국제적 관심사가 되면서 결정권이 점차 지방 조직에서 중앙 조직으로 올라가 결국에는 탈레반 전체의 사안으로 부상하게 된 점이 꼽혔다.
재집권을 노리는 탈레반 지도부로서는 이슬람권에서조차 쏟아져나오는 비난을 마냥 무시하고 비인도적 행위를 계속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탈레반이 2명의 인질을 희생시켜도 한국 정부가 '인질-수감자 맞교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자 비로소 한국 정부의 '한계'를 깨닫고 추가 살해를 자행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아프간 현지의 우리 대표단이 혼란스럽고 어수선한 초기 단계를 극복하고 제대로 된 교섭채널을 찾아 탈레반측에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진정성'을 보여준 점도 최악의 상황전개를 막는데 기여했다는 시각도 있다.
○···"탈레반 지도부는 과거 정부의 각료들(?)"
이번 사태를 통해 이제 일반국민에게까지 널리 알려지게 된 탈레반 대변인의 이름 '아마디'는 가명임에 분명하다고 정부 당국자들은 말하고 있다.
당국자들은 그가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았고 끝내 정체가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과거 탈레반 집권 시절에 요직에 있었던 인물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아마디 외에도 한국 대표단과의 직접 접촉에 참여했던 탈레반측 대표나 이번 사건을 통해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던 인물들도 과거 집권 당시에 중요한 직책을 맡았던 인사들일 수 있다.
탈레반 정권이 붕괴된 지 불과 6년도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 조직 내에서 과거의 각료 등 고위직들이 여전히 탈레반 지도부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신빙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피랍사태가 일단락된 이후 당국자들은 "나중에 또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 탈레반과의 접촉선을 관리해놓는 게 좋지 않느냐"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宋외교, 사우디 국왕 휴가를 빼앗다'
탈레반과의 인질석방 교섭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되는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의 사우디아라비아 압둘라 국왕 면담은 지난 24일 수도 리야드가 아닌 제다에서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외교장관급이 국왕을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국왕이 여름 휴가를 보내는 장소인 제다의 궁전에까지 찾아간 것을 보면서 정부 소식통들은 송 장관의 저돌성이 유감없이 발휘된 사례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 만남을 주선한 현지의 한국 대사관 관계자들은 홍역을 치러야 했다.
송 장관의 중동 방문 자체가 급히 추진된데다 국왕이 휴가까지 간 상황에서 시간을 잡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직원들은 사우디 당국자들에게 이번 사안의 시급성을 강조, 면담 약속을 받아냈다는 후문이다.
○···한국-印尼 관계도 사태해결에 긍정작용
탈레반에 억류된 인질 19명을 풀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국가들 중 하나는 인도네시아다.
이슬람권 적십자사인 적신월사와 함께 인도네시아는 우리 정부와 탈레반 사이에서 일종의 중재자이자 보증인 역할을 수행했다.
탈레반이 인도네시아 외교관 2명을 최종 협상장에서 참관토록 요구한 것은 사실 우리의 이해와도 맞아떨어지는 것이었다.
탈레반측은 인도네시아가 최대 이슬람 국가인데다 이슬람권에서 가장 권위있는 국제기구인 '이슬람회의기구(OIC)'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의 보증을 적극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우리 정부도 수년전부터 부쩍 두터운 관계를 유지해온 인도네시아가 중재자로 나서주는 것을 내심 반겼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작년 4월 양국 외무장관 사이에 전략전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협력증진을 위한 공동위원회 설립키로 합의하는 등 근년들어 한층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또 피랍사태가 벌어지고 있던 지난달 24일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간 정상회담이 청와대에서 열리기도 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슬람권 국가와의 교류와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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