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방송 해설 접고 강단에 선 신문선
    종합게시판 2007. 9. 8. 13:46

    방송 해설 접고 강단에 선 신문선

    교수는 내 축구 인생의 연장전`
    2006 월드컵 오프사이드 사건은 `새옹지마`

    명지대 교수로 ‘연장전’을 시작한 신문선 교수(左)가 6일 .스포츠 기록정보 분석. 수업 도중 대학원생들에게 축구 해설자 시절의 경험을 들려주고 있다. [사진=최승식 기자]
    관련링크
    2006년 6월 16일은 독일 월드컵 한국-스위스전이 열린 날입니다. 지금도 또렷이 기억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후반 32분 스위스 알렉산더 프라이가 넣은 두 번째 골입니다. 오프사이드냐 아니냐로 온 나라가 들썩였었죠.

    축구해설 20년 경력의 베테랑 해설자 한 사람은 "심판 판정이 맞다. 분명히 오프사이드가 아니다"고 말했다가 쇼비니즘으로 무장한 여론의 돌팔매를 맞았습니다. 그는 월드컵 대회 도중 마이크를 뺏긴 채 귀국 비행기에 올라야 했습니다.

    가을비가 내리던 6일, 서울 남가좌동 명지대를 찾아갔습니다. 바로 그 해설자 신문선(49)씨를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번 학기에 명지대 기록정보과학대학원 조교수로 임용된 신 교수의 첫 강의 날이었습니다. 신 교수는 이번 학기 세 과목을 맡았고, 이날 수업은 '스포츠 기록정보 분석'이라는 대학원 과목이었습니다. 축구해설자 시절 길게는 2시간 반 동안 국민의 이목을 끌던 실력자 아닙니까. "교수로 새 출발한 나의 최고 클라이언트는 여러분"이라는 말로 시작된 수업은, 옆에서 지켜본 저도 시간이 흐르는 줄 모를 정도였습니다.

    강의 중간 휴식시간에 얘기를 나눴습니다. 당시 프라이의 골이 오프사이드가 아니었다는 것은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확인한 사실입니다. 판정을 내린 호라시오 엘리손도(아르헨티나) 주심은 결승전(이탈리아-프랑스) 주심까지 맡았죠. 신 교수는 귀국 때까지도 마음 한쪽으로 '축구 룰은 만국공통어니까 축구 전문가라면 같은 입장일 것'이라고 기대했답니다. 그런데 아무도 나서지 않더랍니다. 신 교수는 화를 달래기 위해 한강변을 무작정 뛰거나, 밤잠을 잊은 채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신 교수는 지난 1년간 한국축구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축구의 수비전술' 등 두 권의 책과 '대표선수 차출에 관한 연구' 등 두 편의 보고서를 집필했습니다.

    신 교수는 "지금 와서 보니 '오프사이드' 사건도 새옹지마"라고 했습니다. 지난주 사령장을 받는 자리에서 유영구 명지대 이사장이 "2006년 당시 지탄받을 줄 알면서 왜 그렇게 해설했느냐"고 물었답니다. 신 교수는 "전문가라면 애국이라는 이유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믿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유 이사장은 "사실 그 당시 그런 당신의 모습을 보고 기회가 되면 교수로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답니다. '오프사이드' 사건 때문에 교수가 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계기가 된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신 교수는 자신의 인생을 축구경기에 빗대 "선수로 뛰던 20년이 전반전이었다면 해설자로 보낸 20년은 후반전이었고, 대학교수인 지금이 연장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언제쯤 신 교수가 다시 마이크를 잡을까요. 신 교수는 "요즘도 여러 방송사에서 '언제부터 다시 일을 할 건가'라며 물어오거나, 구체적인 조건까지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현재로서는 막 시작한 교수 생활을 철두철미하게 하고 싶다"며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방송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그때는 승부차기쯤이 될까요.



    장혜수 기자<hschang@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