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전어 맛을 칭찬하는 속담도 많지만...
그 맛을 아낀 옛사람들 마음은 전어(錢魚)라는 이름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조선 후기 정치가이자 실학자인 서유구는 <임원경제지>라는 책에서 전어에 대해 찾는 사람들이 돈을 생각하지 않아 전어(錢魚)라고 했다고 썼습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기름이 많고 달콤하다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른문헌에는 그 모양이 화살 같다고하여 전어(箭漁)로도 표기하였습니다.
한방에서는 전어가 위를 보호하고 장을 깨끗하게 한다고 합니다.
몸 속 찌꺼기 배출도 도와 아침마다 붓거나 팔다리가 무거운 증상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는군요.
전어의 명칭은 각 지방마다 조금씩 다른데...
강릉에서는 새갈치, 전라도에서는 되미,뒤애미,엽삭,경상도에서는 전애라고 불린답니다.그리고 크기에 따라 큰 것은 대전어, 중간 크기의 것은 엿사리라고 하며, 강원도에서는 작은 것을 전어사리 라고 부른다고 하는군요.
전어의 한마디
너희들이 전어를 알아?
조선 선비 서유구가 가을전어 대가리엔 참깨가 서말이란 허풍을 쳐서
그 명망만 믿고 앵무새처럼 되뇌기만 하는 너희들이니 말이야.
어디 내 머리 속을 헤집어 봐라. 참깨 서말은 커녕 한홉이라도 구경할 수 있나.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돌아왔다는 며느리가 누군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면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소라도 할 참이야.
찬사일색인데도 왜 그렇게 골이 났느냐고? 나만큼 과장이 심한 족속도 없지 싶은데다가... 가을만 되면 너나 없이 찾는 통에 조만간 멸종위기 종으로 등록될 참이이야. 파도와 춤추던 은빛비늘이 바다를 뒤덮던 때가 불과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씨가 말랐어. 어느 어부는 800m 그물을 두 번이나 쳐서 고작 13마리밖에 못잡았다고 하더군. 물차들은 전어잡이배를 따라다니며 애걸복걸 한다지. 이런 상황을 미리 예언한 분이 있었지. 그 분은 바로 앞에서 말한 서유구. 사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돈을 따지지 않아서 전어( 錢魚)라고 했다잖아. 이번 참에 귀하신 우리들에 대해 제대로 일러줄까 해. 지난 봄 종 족보존의 성스러운 임무를 띠고 13만개가 넘는 알을 방사한 나는 지금 한창 오동통 살이 올라 있어. 내 몸의 지방함량도 가을에는 9%로 봄에 비해 3배나 높다지. 그게 다 이유가 있어. 알을 낳기 위해 에너지를 소진한 우리들이 이때쯤이면...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몸속에 에너지를 가득 채워놓기 때문이지. 개펄에서 바닥을 헤집고 개흙을 먹고 있는 우리들을 본 적이 있어? 개흙 속엔 플랑크톤이나 어류사체를 박테리아가 분해한 영양덩어리가 가득해. 그런 유기물이 많은 곳을 찾아 모래를 헤집고 다니는 게지. 그렇게 모래를 먹는 통에 위가 단단한 모래주머니 모양이 됐지만. 우리 보고 성질이 급하다고 하는데 이 말에도 불만이 많아. 우리 같은 회유어들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바닷물을 빨아들여야 그속에 있는 플랑크톤을 섭취할 수 있지. 먹고 살려는 본능이지. 그런데도 성질이 급하다고 우리를 잡자마자 바닷물에다 민물을 잔뜩 섞은 수조에 넣어 성질을 죽이려고 하는 것도 못마땅해. 민물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살이 얼마나 퍼석해지는데. 지난 봄 서해 앞바다에서 군평선이란 물고기를 만난 적이 있어. 전라도에선 새서방고기라 부른다지. 척추골까지 바삭바삭 구워 먹는 맛이 너무 기가 막혀... 남편한테는 안주고 몰래 눈이 맞은 새서방한테만 준다는 고기야. 가정파탄을 불러오는 군평선이에 비하면... 그래도 우리는 집 나간 며느리까지 돌아오게 하는 가정화목의 일등공신이지. 어쨌든 내 한몸 희생해서라도 이 가을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