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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아 (2010).동계올림픽 금메달 향해 정조준
    하고 싶은 말 2010. 2. 24. 21:31

    역시 강심장...김연아..


    링크 밖에서 아사다 마오의 연기를 지켜보는 김연아 얼굴은 편해 보이지 않았다. 의식하지 않으려 애써도 '필생의 라이벌' 아사다(20·일본)의 연기는 너무 훌륭했다.

    그래도 김연아는 웃었다.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주문을 걸었다. 평소 버릇대로 눈을 만지면서 평정심을 찾으려 했다. 문이 열리고 김연아는 빙판 위로 서서히 미끄러져 나갔다.

    오서 코치도 ‘걱정하지 말고 네 할일만 하면 된다’고 말하는 듯한 너그러운 표정을 지으며 김연아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퍼시픽 콜리세움 한복판으로 향하면서 성호를 그었다.

    김연아는 가톨릭 신자(세례명 스텔라)이지만 지금까지 경기 전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그녀의 꿈, 대한민국의 꿈이 걸린 한판 승부를 앞두고 그녀는 고이 아껴온 의식을 했다.

    긴장감, 그리고 부담감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정적이 흐르고 그녀의 표정과 몸은 딱딱하게 굳었다. 30m×60m 빙판 위, 김연아는 이제 혼자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멀리서 담담하게 지켜볼 뿐이었다.

    쇼트프로그램 테마곡인 '007 제임스 본드 메들리'가 시작되자 김연아가 돌아왔다. 자신감 이상의 자신감, 나이를 뛰어넘는 요염함이 얼음 위에서 꽃피기 시작했다.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컴비네이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어진 트리플 플립도 무난히 마쳤다. 링크 밖에서 오서 코치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김연아의 표정과 몸짓은 더 밝아졌고, 여유가 돌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김연아의 라이벌은 김연아밖에 없었다. '김연아 타임'. 세계 최고의 스핀과 스텝엔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2분 50초 연기는 권총을 쏘는 특유의 동작으로 끝났다.

    아사다의 선전 때문에 마음 졸였을 자신과 대한민국의 속을 뻥 뚫어주는 한 방이었다.

    다시 소녀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아직 승부가 끝나지 않은 탓에 환호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의 연기에 충분히 만족한 듯 했다. 오른손을 불끈 쥐며 자신을 축하했고, 승리를 확신했다. 평소답지 않았던 '올림픽 세리머니'였다.

    열정적인 연기의 여운이 채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점수 발표를 기다렸다. 세계신기록 78.50점. 얼굴이 더 환해졌다. 그렇다고 호들갑 떨지 않았다. 담담하게 세계 최고점을 받아든 '대인배 김슨생'에 다른 선수들은 기가 질릴 수밖에 없었다.

    김연아는 인터뷰에서 "떨거나 긴장하지는 않았다. 베스트 컨디션이다. 프리스케이팅에서도 내 연기를 펼친다면 잘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감과 여유 사이에서 팽팽하게 줄을 당기고 있는 그녀에겐 빈틈이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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