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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영철 감독, 종료직전 ‘타임’을 부른 까닭은
    2008 베이징 올림픽 2008. 8. 23. 17:54

    "이미 결정난 경기에 타임아웃을 부르는 것은 페어플레이정신에 어긋나는게 맞습니다.

    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습니다"

    한국과 헝가리의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핸드볼 3-4위 결정전이 열린 23일 오후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



    경기 종료를 1분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은 33-28, 5점 차로 이기고 있어 동메달은 이미

    확정돼 있었다. 그런데 임영철 감독은 이상하게도 작전 시간을 요청했다.


    선수들을 벤치로 불러 모은 임 감독은 선수 교체를 시작했다. 모두 노장이었다. 골키퍼에 오영

    란(36.벽산건설)이 들어갔고 후반 중반 이후 계속 벤치에 앉아있던 오성옥(36.히포방크)은 센터

    백에 섰다.


    다른 포지션도 거의 바뀌었다. 라이트백에 홍정호(34.오므론), 레프트백 문필희(26.벽산건설),

    피봇은 허순영(33.오르후스), 라이트윙 박정희(33.벽산건설), 레프트윙 안정화(27.대구시청)였

    다.


    문필희와 안정화만 빼면 서른 살을 훌쩍 넘긴 고참들이 모두 투입된 것이다. 임감독은 마지막 1

    분을 뛸 선수들에게 "마지막을 너희가 장식해라"라고 얘기했다. 다른 선수들에게는 "앞으로 계

    속 뛸 수 있으니 이해해라. 선배에게 맡겨라"라며 다독였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더 이상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없는 고참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다.


    임영철 감독은 경기 직후 공동취재구역에서 기자들을 만나 "페어플레이를 지키는 편이다. 이미

    결정난 경기에 타임아웃을 거는 것은 상대를 무시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런 행동을 지금까

    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오늘은 이유가 있었다. 아줌마 선수들을 데리고 엄청난 훈련

    을 했는데 이들은 앞으로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 그래서 타임아웃을 불렀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 몸이 상당히 안 좋았다. 좋은 선수가 하나도 없었다. 오성옥을 비롯해 최임정, 허

    순영, 오영란 등이 너무 컨디션이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 전반 초반 4점을

    뒤질 때 작전 시간을 불러 나도 모르게 안 좋은 말이 입에서 나왔다. 작전을 지시해서 될 일이

    아니었고 정신무장을 시켜주는 일 밖에 없었다. 후반 중반까지 어렵게 갔는데 이후 살아났

    다"고 경기 전반을 설명했다.


    그는 동메달의 의미를 묻자 "시드니대회에서도 메달을 못 따고 3-4위전에서 졌는데 이번 동메

    달은 금메달보다 더 하다. 열정과 혼을 담은 메달"이라고 답했다.


    임영철 감독은 이어 "이제 고참들이 은퇴하면 경기력 쪽에 더 고민을 하며 훈련을 해야 한다. 해

    외 전지훈련을 자주 나가 경험도 많이 쌓아야 한다. 밑에서 받쳐주는 선수가 있으니 크게 걱정

    하지 않는다. 한국 여자핸드볼은 누가 하더라도 투혼을


    발휘할 것이다. 다만 그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올림픽을 마친 소감에 대해 "모든 대회가 끝나면 허무하다. 이것 하나 때문에

    그렇게 혹독한 훈련을 시키고 혹독한 언어를 써가면서 했다. 끝나면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생

    각이 들고 허무에 빠진다. 이제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고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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