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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동’…도전하는 주먹은 아름다웠다2008 베이징 올림픽 2008. 8. 23. 19:27
불빛은 사각링에만 떨어진다.
카자흐 바키트 맞선 준결승전서 6-10 ‘분패’ / 아테네 이어 또 3위…20년 ‘금 숙원’ 4년 뒤로
▲ 복싱 은메달김정주 / 웰터급(69㎏)
불빛은 사각링에만 떨어진다.
그곳에 1남2녀 막내가 물 한 모금 마시고 링에 올라
섰다. 큰누나 정애씨가 어두운 관중석에 앉았다. 누
나는 지난해 12월 태어난 아들 중혁이를 시댁에 맡
겼다. 누나에겐 친정이 없다. 막내 남동생 열두 살
에 아버지를 간암으로, 막내 열여섯 살에 어머니를
심장마비로 잃었다. 누나도 나이가 많아봐야 막내
보다 7살 위다. 감당하기 힘든 슬픔은 누나도 마찬
가지였지만, 누나는 동생 둘을 거둬들였다. 막내 정
주는 준결승 앞두고 “누나, 빨리 와요”라고 했고, 누
나는 그 말에 이끌려왔다. 2002 부산 아시아경기대
회 금메달 포상금을 큰 누나 결혼 밑천으로 내놓았
던 고마운 동생이다.
상대는 주먹이 빨랐고, 3cm가 더 컸다. 몸을 좌우로
움직이며 기다리던 상대는 스트레이트를 툭, 툭 던
지며 점수를 쌓아갔다. 1라운드부터 0-3으로 벌어졌다. 2라운드에서 2-5까지 쫓아가고, 3라운
드 종료 직전까지 5-6까지 따라붙었다. 3라운드 종이 울리기 전, 바닥에 물기가 있는지 잠시 미
끄러지며 몸이 흐트러졌고, 몸을 추슬렀으나 종료버저와 함께 상대의 스트레이트에 얼굴을 맞
았다. 5-7. 웰터급 출전 선수 중 가장 키(1m70)가 작은 그는 왼손을 잘 쓰지 못했다. 대회 직전
훈련을 하다 왼손 등뼈에 실금이 갔고, 대회 1회전에서 상대에게 잽을 달리다 그 통증이 다시
찾아왔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도 대회 직전 갈비뼈에 실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고, 그 대회
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4라운드 1분16초를 남기고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켰다. 그의 왼쪽 코에
서 피가 나오고 있었다. 피를 닦고 링 중앙으로 나왔으나, 얼굴을 상대 주먹에 더 열어줬다.
마지막 4라운드 2분은 6-10에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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