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딩크가 걸어온 길종합게시판 2008. 6. 22. 17:11
[이해준의 유로패스] 히딩크가 걸어온 길
사실 난 히딩크가 명장(名將)이라기보다는 운장(運將)이라고 생각했다. 능력도 있지만 그보다는 행운이 더 따랐다고 가시눈을 뜨고 그를 바라봤다.
히딩크는 2002년에는 한국의 4강 신화를 일궜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나라 대표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훈련을 오래 했고, 홈 어드밴티지에 기댄 바가 컸다고 생각했다.
히딩크는 2006년 호주를 월드컵 본선으로 이끌었다. 호주로서는 32년만의 본선 진출이었다. 히딩크는 그 것도 성에 차지 않는 듯 호주를 16강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그것은 호주에 해리 큐얼, 비두카 등 능력있는 선수들이 즐비한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세번째로 러시아가 잉글랜드를 따돌리고 유로 2008 본선 무대에 합류했을 때는, 러시아가 잘해서 이룬 게 아니라 잉글랜드가 못해거 거둔 반사 이익이라고 생각했다. 거대 자본의 어마어마한 투자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러시아 축구의 잠재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로 2008에서 보며 모든 생각을 다시 수정했다.
히딩크는 축구에 도가 튼 사람이었다. 스페인전 1-4 패배 때는 전혀 가망이 없어 보였던 러시아를 이끌고 유로 4강까지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북유럽의 강호 스웨덴과 토털 사커의 본향이자 세계 축구의 중심인 네덜란드를 연거푸 깨뜨렸다.
아무리 운이 좋다고 해도 이렇게 잇달아 손을 대는 팀마다 성공시키기는 쉬운 게 아니다. 운도 반복되면 실력인거다.
무엇보다 히딩크를 재평가하게 된 것은 그가 말하는 대로 팀이 변화하는 것을 현장에서 목격했기 때문이다.
히딩크는 끊임없이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한편,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을 휘둘렀다. 히딩크의 격려와 채찍은 러시아가 스페인전 패배를 딛고 일어선 원동력이 됐다.
히딩크는 스웨덴전과 네덜란드전에서 매번 상대의 급소를 찌르는 멋진 전략으로 믿기지 않는 승리를 이끌었다. 스웨덴전에서는 미드필드와 수비진 사이를 끊임없이 타진하며 괴롭혔고, 네덜란드전에서는 더 강한 공격으로 맞불을 놓으며 탈출구를 찾았다. 12척의 배로 133척의 왜선을 깨부순 이순신 장군같은 능력이 그에게는 있다.
언론이나 심판을 대하는 태도에 이르기까지 히딩크는 감독이 어때야 하는가에 대한 모범 답안과 같았다. 히딩크 만세다. 그가 한 때 우리나라 감독이었다는 게 참으로 기쁘다.'종합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채소·과일 농약 없애려면 ... (0) 2008.06.24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0) 2008.06.23 ‘역적의 꿈’ 이룬 히딩크, 뉴 토탈사커를 보여주다 (0) 2008.06.22 파블류첸코, 미운 오리에서 득점왕 후보로 (0) 2008.06.22 '히딩크 매직' 러시아, 4강 진출 (0) 2008.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