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민은 섹시 모바일 화보를 왜 찍었을까? [조인스]
모두에게 선망 받는 아나운서의 자리를 박차고 당당히 연기자 변신을 선언한 임성민. 얼마 전 그녀는 비키니 차림의 섹시 모바일 화보로 장안의 화제를 일으켰다. 그녀의 몸부림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아나운서 타이틀은 족쇄가 되어 나를 짓누르고 하고 싶은 연기는 할 수 없고…
최근 방송계의 화두는 단연 아나운서들의 행보다. 한창 최정상의 인기를 구가하던 노현정 아나운서는 현대가의 며느리로 화려하게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제 갓 입사한 신입 아나운서 김주희는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출전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뉴스를 진행하는 점잖은 아나운서가 어떻게 비키니를 입을 수 있느냐는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놀라운 뉴스는 아나운서 임성민이 비키니 차림으로 섹시 모바일 화보를 찍었다는 것. 성공한 여성으로 부러움을 사던 이들 아나운서의 행보는 사뭇 다르다. 모두 자신만의 행복을 찾기 위한 선택이겠지만 임성민에게는 뭔가 절박함이 느껴진다.
“연기를 하기 위해 아나운서 자리를 박차고 프리랜서 선언을 했어요.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도 제게는 ‘연기자 임성민’이라는 이름이 없어요. 아직도 저는 ‘아나운서 임성민’이에요. 이 틀을 깨지 못하면 앞으로도 힘들어질 것 같아 어렵게 결정한 거예요. 일종의 극약 처방이죠. 화보 말고는 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없었어요. 뭐라도 보여줄 수 있어야 연기자로 평가를 받잖아요. 다들 제가 은퇴하고 활동 안 하는 줄 안다니까요.”
아나운서 출신인 그녀의 화보 촬영은 무척이나 충격적이다. 의외(?)의 늘씬한 몸매와 도발적인 섹시함도 분명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뒤돌아 쑥덕인다. ‘아나운서가 왜 그랬대?’ 그녀에게 ‘아나운서’는 내세울 만한 명예가 아니라 자신을 가두는 족쇄이자 지울 수 없는 낙인인 것을 사람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그녀가 그렇게도 간절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탤런트 시험 합격 후 부모님 반대로 좌절, 아나운서는 어긋난 선택이었다
“사람들은 제가 얼마나 연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몰라요.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서 방송국을 나와 프리랜서를 하는 건데 제가 연기를 하고 싶다고 하면 다들 농담인 줄 아세요. 저는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데 다들 그러다 말겠지 생각하는 거예요. 아니면 아나운서 시절에 워낙 코믹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기 때문에 뭔가 화제를 일으켜 주목받으려는 줄만 아시죠. 단정한 이미지의 아나운서라는 선입견 때문에 캐스팅도 힘들어요. 영화나 드라마 출연 제의가 와도 결정적인 순간에 번번이 미끄러진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아나운서 출신의 연기자를 캐스팅하기가 부담스럽다는 게 이유죠. 이 지겨운 틀을 벗어버리고 캐스팅이 되기 위해서 저 자신을 벗어버린 거죠.”
그렇다고 그녀가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간간이 단막극이나 연극 무대에서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단지 홍보용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토록 지겨운 아나운서의 허울을 쓰고 말이다. 그것도 아니면 아나운서 시절 보여주었던 코믹한 이미지와 튀는 스타일에 지나지 않았다. 그보다 더 많은 끼와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어도 마땅한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하나씩 버리기 시작했다. 아나운서도 버리고 MC로서의 일도 줄이고, 무엇보다 연기를 위해 자존심도 버렸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지고 들끓는 욕망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어요. 저는 원래 연기자가 되고 싶었어요. 대학 4학년 때 KBS 탤런트 시험을 봐서 단번에 합격했어요. 그런데 보수적인 아버지는 절대 안 된다며 반대를 하셨죠. 그래서 탤런트를 포기하고 아나운서가 된 거예요. 어차피 방송국 생활을 하는 거니까 비슷한 길인 줄 알았죠. 기회만 되면 연기를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건 전혀 다른 길이에요. 사람은 절대 다른 길로 들어서면 안 되는 거더라고요. 아나운서는 제 길이 아니었어요. 남들에게는 선망의 직업일 수 있지만 저한테는 맞지 않았어요. 아나운서 시절이 전혀 행복하지 않았으니까요. MC를 봐도 하나도 재미없는데 제 감정은 드러내지 못하고 꼭꼭 숨겨두고 살았으니 점점 불만이 쌓인 거죠.”
하지만 우리는 기억한다. 당시 임성민은 고상하고 단아한 아나운서와는 달리 힘차고 유쾌한 엔터테이너였다는 것을. 그러나 이제야 알겠다. 그녀는 단지 에너지가 많았던 거지 결코 밝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저는 원래 한번 하면 열심히 해요. 아나운서 시절에도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어요. 다른 아나운서에 비해 능력도 인정받았고 시청자들에게 주목도 많이 받았죠. 하지만 방송이 끝나면 다시 우울 모드로 돌아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방송을 통해 본 모습은 제 모습이 아니에요. 그 어디에도 진짜 임성민은 없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이게 아닌데’ 싶더라고요. 저도 웬만하면 이 길이 제 길이라고 믿고 싶었어요. 2년 넘게 시험을 준비해서 고생스럽게 들어온 직장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그만두지 않으려고 했죠. 부모님도 점잖게 있다가 조용히 시집가기를 바라셨으니까요. 하지만 어떡해요. 제가 조금도 행복하지 않은 걸요.”
임성민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녀가 참 독특한 사고방식을 지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자기 또래와는 다른 고민을 가지고 살았다. 고민이 다르기 때문에 삶의 방향도 달랐다. 그녀의 친구들은 임성민이 아나운서가 될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녀의 학창 시절 모습은 참으로 독특하다. 수업 시간에 말 한 마디 안 하고 조용하다가도 오락 시간만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서서 무대를 휘어잡고, 체육대회 때는 전 종목을 휩쓸어 버리는 전교 응원단장이 그녀였다.
왕따 자처한 독특했던 학창 시절, 세상을 등지고 싶은 마음에 연기를 시작했다
“전 어떤 유형에도 안 끼는 사람이었어요. 같은 반 친구들조차 제대로 말을 못 걸고 ‘쟤는 어떤 애일까’ 궁금해 했으니까요. 쉽게 상상할 수 없을 거예요. 수업 시간에는 주로 자고, 말없이 있다가 밥도 혼자 먹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에 가서는 옷 갈아입고 화장하고 나가서 저녁 늦게까지 놀다가 들어와 새벽까지 공부하다 자는 애였거든요. 규범을 어기지는 않지만 모범생은 아니고 그렇다고 대놓고 노는 불량학생도 아닌, 그래서 뭐라고 규정할 수 없는 스타일이었죠.”
밖에서는 화장도 하고 파마도 하고 한껏 멋을 부리며 놀았지만 부모님은 딸이 그런지 전혀 몰랐다. 그녀는 집에서는 전혀 딴 사람이 되었다. 말이 없으니 말대꾸도 없었고, 공부도 그럭저럭 잘 하는 말 잘 듣고 속 썩이지 않는 평범한 딸이었던 것이다.
“저는 늘 진지하고 고민이 많아요. 사람들은 제가 장난도 잘 치고 유쾌한 사람으로 알지만 저는 어릴 때부터 밝은 편은 아니었어요. 그저 조금 씩씩했을 뿐이지요. 저는 저 자신으로 사는 게 싫어요. 사진을 찍어도 자연스럽게 있으라고 하면 어색해서 잘 못해요. 오히려 하나의 컨셉트를 주로 상황이 주어지면 편하게 할 수 있어요. 아나운서가 싫었던 이유가 바로 이런 거예요. ‘아나운서 임성민 입니다’는 인사로 시작해 처음부터 끝까지 제 모습 그대로 보여주고 제가 책임져야 하는 거 말이에요. 제 자신으로 있는 게 정말 힘들고 괴로워요. 가끔씩 나로 돌아와야지 자신에 갇혀서 살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녀는 현실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 그다지 관심도 없다. 굳이 이것저것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세상이 아름답거나 깨끗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괜한 관심을 가져 더러운 꼴을 보고 싶지 않단다. 그녀가 어릴 적부터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바로 현실을 벗어나고픈 욕구에서 출발했던 것이다. 연기를 하면서 자신과 다른 인물이 되어 현실과는 다른 삶을 살아보는 픽션의 매력이 일찌감치 그녀를 사로잡았던 것이다.
“지금까지 제가 행복했었던 순간을 되돌아보면 대부분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고 있었을 때예요. 저에 대한 오해들이 많아요. 고상하고 잘나가던 아나운서가 어떻게 이런 역할을 맡겠느냐는 분도 있고, 연기를 한다고 했으니 이제 MC는 안 할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그렇지 않아요. 프리랜서를 한 이유는 MC를 보면서 좀 더 여유롭게 연기를 하고 싶어서예요. 행인 역만 아니라면 작은 역할이라도 뭐든지 하고 싶어요. 저한테는 아직 연기자로서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에요.”
아나운서로 명예와 인기가 있었을 때는 정작 몰랐다. 2~3년 흐른 뒤에야 그때 참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됐단다. 그리고 팬들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그녀는 요즘 투명인간이 된 듯한 느낌이란다. 사람들에게 눈에 띄지 않고 잊혀져가는 건 아닌지 솔직히 불안한 마음도 있다. 지나간 날들이 너무나도 아쉽게 느껴질 때도 있다. 지금껏 제 살만 깎아 먹고 산 것은 아닌지 원망도 들지만 되돌아보고 후회는 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이라도 그녀는 놓쳐버린 자신의 꿈과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면 앞을 내다보고 얼마든지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저도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아이 낳고 사는 게 가장 큰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결혼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사랑 아닌가요? 사랑은 너무 힘들고 괴로워요. 내가 사랑이 잘 안 풀리는 팔자인가(웃음). 사랑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예전에는 결혼하면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연기는 결혼해도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결혼은 하고 싶지만 그게 뜻대로 안 되니까 이렇게 발버둥 치고 있는 거잖아요(웃음).”
그녀는 사랑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운명적으로 다가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 운명이 자연스럽게 찾아오길 기다리고 있는 그녀. 팬들의 사랑으로 그녀의 애정 결핍이 말끔히 치료되는 그날을 기다려본다. (여성중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