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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일보 사설 칼럼
    종합게시판 2008. 7. 26. 02:37
    [기자의 눈] 어이없는 대북특사 해프닝



    이동훈 정치부 기자 dhlee@hk.co.kr

    한나라당과 청와대 사이에 벌어진‘대북특사’해프닝은 이명박 정부가 초장부터 죽을 쑤는 이유를 압축해 보여주는 소묘다.

    23일 오후까지만 해도 뭔가 큰 그림이 있는 줄 알았다.

    집권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대북 특사를 제의하겠다”고 했으니 왜 그렇지 않겠는가.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이 정권이 뭔가 카드를 준비했구나,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나서서 수순 밟기를 하는구나…그 때까지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그랬다.

    당청은 물론 남북 간에 교감이 있을 거라는 추측도 나왔다.

    과거 집권세력에 몸 담았던 이들의 얘기가 그랬다. 국정운영은 정교한 설계도 아래 움직인다고. 남북관계 같은 중대 사안은 더욱 그렇다고. 차근차근 언론 플레이를 진행하고, 단계를 밟아 접근하는 게 국정 운영이라고. 하지만

    이런 그럴듯한 해석이 오해로 판명 나는 데는 불과 몇 시간 걸리지도 않았다.

    춘추관을 예고 없이 들른 이명박 대통령은 박 대표의 특사제의에 대해 “북한이 받아들이겠냐”는 한마디로 일축했다.

    조율이고 뭐고 아무 것도 없었다.

    박 대표 혼자 앞서 나간 것이고, 대통령은 앞뒤 재지 않고 잘라버린 것이다.

    다음날, 박 대표는 “나는 특사 얘기를 한 적 없다”는 다소 황당한 변명을 했고, 차명진 대변인이 “내가 오버했다”고 덤터기를 썼다.

    ‘황당하다’외에 다른 표현을 찾기 어렵다. 이날 해프닝에 이 정부의 문제가 집약돼 있다.

    소통이 없고, 준비가 없다. 철학도 없는 것 같다. 국정 운영 전반이 이런 식이라면 정말 큰 일이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권을 향해 ‘아마추어’라고 손가락질 해댔다.

    그러나 이날 해프닝만 놓고 보면 이 정권은 아마추어급도 안 된다.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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