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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일보 사설 칼럼
    종합게시판 2008. 7. 26. 01:08

    [아침을 열며/7월 25일] 가야 할 때를 알고 가는 이



    변환철 중앙대 법대 교수

    12일, 13일 이형기 선생의 고향인 진주에서 ‘제1회 이형기문학제’가 열려 선생의 문학혼을 기렸다. “사람이 나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은 시를 쓰는 일”이라고 말할 정도로 시를 사랑하셨던 선생께서 우리나라 현대문학사에 남기신 자취는 크고도 넓다.

    이형기의 시 <낙화>의 가르침

    혹 이형기 선생의 이름이 생소한 분들도 있을지 모르나,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로 시작되는 선생의 시 <낙화(落花)>는 누구나 한 번쯤 듣거나 읽었을 것이다.

    선생은 위 시에서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은 모두 ‘낙화’가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점을 일깨워 주시면서 ‘꽃답게 죽는’ 낙화를 노래하고 있다.

    때를 알고 아름답게 갈 수 있는 것이 어찌 꽃뿐일까….

    지금도 많은 이들이 즐겨 듣는 MBC라디오의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프로그램은 약칭하여 ‘별밤’으로 불리는데, 필자도 학창시절 즐겨 들었다.

    지금은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때로 불면의 밤을 보내게 했던 그 시절의 고민들, 아픔들, 그리고 기쁨들을 별밤을 들으면서 녹여내었던 추억이 새롭다.

    지금도 별밤의 시그널 음악을 듣노라면, 시간의 큰 강이 알 수 없는 힘에 의하여 단번에 역류한 듯, 어느새 학창시절로 돌아가 그 추억을 되새기고 있는 필자를 발견하곤 한다.

    별밤의 인기는 별밤을 진행하는 ‘별밤지기’들에게로 그대로 이어져, 예나 지금이나 별밤지기들은 청소년들의 스타다. 그 동안 별밤은 인기 있는 별밤지기들을 많이 배출했다.

    하지만, 그 중 가장 큰 사랑을 받은 별밤지기는 1985년부터 1996년 말까지 12년간 '별밤'을 지켜 왔던 ‘이문세’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으리라 본다.

    이문세는 12년간이나 별밤을 지키면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오다가, 1996년 12월 2일 고별방송을 끝으로 별밤에서 하차하였다.

    당시 별밤의 인기도 높았고, 이문세 개인적으로도 특별히 그만 둘 사유가 없었던지라, 많은 사람들이 그의 갑작스런 결정에 놀라고 또 아쉬워하였다.

    거리에서나, 독서실에서나, 라디오가 있는 어디에서든, 많은 청소년들이 그의 고별방송을 눈물을 흘리면서 청취하였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 하던 별밤하차 이유에 대하여, 이문세는 최근 한 방송에서 "당시 나 역시 학생의 입장에서 청취자들과 (별밤을) 함께 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선생님처럼 훈계를 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 뒤 (별밤을) 떠날 때라는 것을 직감했다"고 털어놨다.

    그의 퇴장의 변은 별밤, 그리고 별밤을 청취하는 수많은 청소년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없이는 나올 수 없는 것이다. 그의 아름다운 퇴장에 다시 한번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의 각료들, 특히 그 중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에게서 이러한 감동을 기대해 볼 수는 없을까? 지난 개각에서 유임된 강 장관에 대하여 경질을 요구하는 소리는 여전히 높다.

    경제ㆍ경영학자 118명은 21일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에서, “현재의 경제위기는 변화된 국제경제 환경에 잘못된 정책으로 대응한 강만수 장관에게 있다”고 밝혔다.

    강만수 장관은 그 뜻을 모르나

    이명박 대통령은 강 장관을 유임시키면서 그 이유에 대하여 여러 가지로 얘기하였지만, 그 설명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은 ‘소망대망(所望大望)’이라, 두 분이 소망교회를 같이 다닌 오랜 인연으로 유임되었다고 믿고 있다.

    진실이야 어떻든 이렇게 불신을 받고 있는 사정 하에서는 경제팀의 수장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 나갈 수 없다고 봄이 옳다.

    강 장관은 자신을 위해서, 또 그가 열심히 봉사하는 교회를 위해서, 나아가 이 나라를 위해서 사직하는 것이 옳다. 강 장관은 자신의 퇴진 논란에 대한 국회답변에서 “잘하라는 질책으로 생각한다”고 대답하였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그의 역할은 끝났고, 지금은 분명히 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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